[집중분석]한나라 재선거 승리 득표율 따져보니

  • 입력 2005년 5월 4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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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전체 6곳 중 5곳에서 승리하는 대승을 거뒀다. 그러나 이번 재선거의 지역별 득표율을 역대 선거의 득표율과 정밀 비교하면 한나라당이 득표 기반을 넓히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이 기존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제3의 부동층’ 흡수엔 한계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고정 지지층을 넘어서지 못해=본보가 한나라당이 승리한 국회의원 재선거 5곳의 읍 면 동별 득표율을 2002년 16대 대통령선거 당시 득표율과 비교 분석한 결과 전체적으로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탄핵풍’이 거셌던 지난해 17대 총선과는 달리 지지층 결속도가 높은 16대 대선 결과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수도권 표심의 ‘바로미터’였던 경기 성남 중원에서 한나라당 신상진(申相珍) 후보의 득표율은 34.7%로 16대 대통령선거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득표율 34.8%와 비슷했다. 투표구별 득표율 추이도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충남 아산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번 재선거에서 한나라당 이진구(李珍求) 후보의 득표율은 42.4%로 2002년 16대 대선 당시 득표율(39%)과 3%포인트 차에 그쳤다. 이번 재선거의 읍 면 동 투표구별 득표율도 16대 대선 때와 비슷한 궤적을 그렸다.

경남 김해 갑에서 당선된 한나라당 김정권(金正權) 후보의 재선거 득표율도 16대 대선 때 면 동별 득표율 추세와 비슷하긴 마찬가지였다.

최대 접전지역이었던 경북 영천의 경우 한나라당 정희수(鄭熙秀) 후보의 득표율이 51.3%에 그쳐 16대 대선(70.9%)과는 큰 격차를 보였다.

영천의 농촌 지역 득표율은 지난해 총선 당시 정당득표율에 근접했다. 그러나 도시 지역에선 정당득표율에도 못 미친 같은 당 이덕모(李德模) 후보의 지난 총선 득표 양상이 그대로 재현됐다.

반면 경기 포천-연천의 경우 한나라당 고조흥(高照興) 후보의 개인 득표력이 결정적 승인(勝因)이었다.

▽부재자 득표율도 취약=일부 지역에선 한나라당 후보들의 부재자 득표율이 16대 대선 때와 비교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부재자 투표층은 20대 젊은 층의 투표 성향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인 만큼 젊은 층 공략은 여전히 한나라당에는 ‘넘기 어려운 벽’이라는 지적이다.

경기 성남 중원에서 한나라당 신상진 후보의 부재자 득표율은 11.9%였지만 16대 대선 때 이 지역의 이회창 후보 부재자 득표율은 22.8%였다. 득표력이 있는 출마 후보가 늘어나 단순 비교가 어렵긴 하지만 격차가 10.9%포인트나 벌어진 것이다.

▽승부는 부동층 잡기에 달렸다=이 같은 분석결과는 한나라당이 당의 득표 기반을 확대해 재선거에서 압승한 것이 아니란 점을 보여준다.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의 바람을 무시할 순 없지만 열린우리당의 ‘자충수’가 겹친 측면도 크다. 실제 충청권의 열린우리당 후보들은 허위학력 기재와 이중당적 시비에 휘말려 중도 교체되는 소동을 빚었다. 성남 중원에선 후보들이 난립한 데다 열린우리당 후보의 돈 봉투 사건까지 불거져 악재(惡材)로 작용했다.

따라서 유권자의 40%에 달하는 부동층 흡수가 차기 대선 승리의 열쇠가 될 것으로 정치권에선 내다보고 있다. 열린우리당 문희상(文喜相) 의장이 3일 “확실한 찬반이 아닌 나머지 40%와 같이 가야 성공할 것”이라고 한 것이나, 박 대표가 거듭 당의 혁신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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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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