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대사 이임 토론회서 北강한 톤 비판

  • 입력 2005년 4월 6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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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로 취임하기 위해 6일 공식 이임식을 가진 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국대사가 대사로서의 ‘마지막 공개행사’에서 북한에 대한 실망과 불만을 직설적으로 피력했다.

힐 대사는 이날 오전 평화네트워크 주최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기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북핵 문제’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북한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문제 삼는데, 적대정책에 관한 한 북한이 금메달감”이라고 주장했다.

힐 대사는 미국이 북한을 협상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북한의 주장에 대해서도 “북한이야말로 협상을 받아들이려는 진지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며 “지난달 31일 ‘6자 회담을 군축회담으로 하자’는 북한의 주장 역시 북한이 진지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6불화 우라늄 수출 의혹에 대해선 “리비아에서 발견된 것이 북한산이라는 증거가 있다”며 “과거에도 외화를 벌기 위해 불법 물품 거래를 했던 북한이 브로커 역할을 한 파키스탄의 압둘 카디르 칸(파키스탄의 핵 과학자로 관련 기술의 대외 확산 의혹을 받고 있음) 조직을 통해 리비아로 수출한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어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과 관련해 “고농축우라늄 처리와 관계된 ‘고가의 특화된’ 장비를 북한이 구입했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며 “북한이 증거를 은폐하고, 미국이 그것을 찾아내려고 하는 ‘애들 장난(child play)’ 같은 짓은 그만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힐 대사는 또 미국이 북한을 ‘폭정의 거점(outpost of tyranny)’으로 규정한 것을 철회할 의사가 없느냐는 토론자의 질문에 “북한정권의 본질에 대해서는 계속 이야기할 것”이라며 “내가 북한 주민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 있는 협상을 다뤄야 하는 북한 지도자라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부 장관의 인사) 청문회에서 나온 세 마디 단어에 집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거점(outpost)’이라는 개념은 ‘고립된 지역’이라는 뜻인데 북한행 비행기편 스케줄을 보면 고립되어 있는 지역이라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한 뒤 ‘폭정(tyranny)’이란 단어와 관련해 “인권 자유 등 범세계적인 가치가 북한 내에서는 존중받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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