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게모니 싸움말라” 朴대표 폭발

  • 입력 2005년 3월 31일 19시 23분


“당내에서 헤게모니 싸움을 하지마라.”

최근 당내 개혁소장파와 혁신위원회 일각의 7월 조기 전당대회 소집 요구를 무시해 온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사진) 대표가 31일 결국 폭발했다. 이날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지도부와 개혁소장파 간의 충돌이 기폭제가 됐다.

먼저 이규택(李揆澤) 최고위원이 전날 조기 전대 소집을 요구한 정병국(鄭柄國) 의원의 발언을 걸고 넘어졌다. 그는 “조선 말기에 김옥균(金玉均) 등 소장파가 갑신정변을 일으킨 뒤 조선이 쇠락의 길을 걸었다”고 소장파들의 조기 전대 소집을 갑신정변에 비유했다. 이에 소장파인 김희정(金姬廷) 의원은 “(김옥균과 같은) 충신과 매국노는 구분돼야 한다”고 비난했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매국노가 뭐냐”고 발끈했고 김무성(金武星) 사무총장 등은 김 의원에게 사과를 종용했다. 여기에 소장파인 원희룡(元喜龍) 최고위원도 이 최고위원에게 “갑신정변을 운운한 이유가 뭐냐”고 따지며 싸움에 가세해 난장판이 됐다.

어두운 표정으로 이를 지켜보던 박 대표는 김 의원에게 “사과는 마음에서 우러나야 하는 것인데 우러나지 않는다면 안 해도 된다. 지금은 국민이 원하는 것을 내놓을 때”라고 말했다. 결국 김 의원은 “발언에는 사과 못하고 이런 상황을 만든 데 대해서는 사과한다”며 한발 물러났다. 이어 박 대표는 “당내에서 헤게모니 싸움을 하는 것은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박 대표의 이 발언은 행정도시법을 둘러싼 내분으로 점화된 당내 갈등을 더 이상 두고 보지 않겠다는 경고로 보인다. 이 경고가 소장파 등이 조기 전대 소집을 요구할 1일 의원총회에서도 먹힐지 주목된다.

혁신委, 朴대표 방북 건의키로

한편 한나라당 혁신위원회는 31일 북핵 사태 해결을 위해 박 대표에게 방북을 건의하기로 했다. 홍준표(洪準杓) 당 혁신위원장은 이날 전체회의 뒤 이같이 밝히고 “대북 정책의 기조도 기존의 ‘전략적 상호주의’에서 ‘상호공존’으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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