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日 강공 드라이브]외교부 “우리가 무슨 할말이…”

  • 입력 2005년 3월 24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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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코멘트.’

외교통상부는 24일 노무현 대통령이 전날 내놓은 초강경 대일(對日) 발언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꼈다.

평소 외교부는 주요 외교 사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공식·비공식 브리핑을 적극적으로 하는 편이지만 이날 브리핑룸에는 하루 내내 당국자의 발길이 닿지 않았다.

한 간부는 “외교의 수장인 대통령이 대일 관계의 기본 원칙을 천명한 마당에 우리가 무슨 말을 덧붙일 수 있겠느냐”며 “외교부로서는 실무적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데 주력할 뿐”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발언에 곤혹스러워하는 기류는 여러 곳에서 감지됐다. 한 당국자는 “외교 실무선에서 저질러진 일은 나중에 주워 담을 수 있으나 고위층에서 일을 벌이면 이를 조정할 여지가 없어진다”고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특히 ‘과거사 배상’을 언급한 노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 이어 이번에도 전혀 외교부와 사전 협의가 없었고, 외교부가 이를 미리 통보받지 못한 데 대해선 “우리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데 상의할 필요가 있었겠느냐”는 자조의 소리도 들렸다.

한편 반기문(潘基文) 외교부 장관은 이날 외교정책자문위원회에서 “한국이 과거처럼 존재가치가 없는 나라가 아니고 당당한 하나의 플레이어(player)로서 국제사회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 나가겠다는 게 참여정부의 의지이자 비전”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이날 단기적으로는 독도 및 역사왜곡 교과서 문제 해결에 주력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유엔인권위원회나 유네스코 등에서 한일 과거사에 대한 정부 입장을 적극 개진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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