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늦도록 키보드치는 盧대통령

  • 입력 2005년 3월 21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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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내의 모든 보고와 지시가 내부 통신망인 ‘e-지원(知園)’의 문서관리시스템을 통해 이뤄지면서 노무현(盧武鉉·사진) 대통령이 밤늦게까지 컴퓨터 앞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며 집무하는 일이 잦아졌다.

문서관리시스템이 구축된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노 대통령은 모두 985건의 온라인 보고를 받았고, 이 중 오후 11시대에 처리한 게 135건(14%)으로 가장 많았다. 오후 10시대에는 117건, 9시대에는 72건, 8시대에는 76건을 처리했다고 한다. 심지어 밤 12시 무렵에 51건, 오전 1시대에 35건의 문서를 읽어 보고 온라인상으로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는 게 윤태영(尹太瀛) 대통령제1부속실장의 설명이다.

잘된 보고서에 대해서는 “자∼알 보았습니다”라며 만족감을 표시한 글을 남기기도 하고, 어떤 보고서는 “대국민 보고감”이라며 일반에 공개할 것을 지시한 일도 있다.

반대로 “취지가 없는 문서까지 올리는 것은 심하다”, “이 한 건을 처리하는 데 대통령의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 것인지를 판단해 달라”, “읽어 보는 데만 30분” 등과 같은 질책성 답이 돌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때로는 맞춤법에 맞지 않는 오탈자가 그대로 전달된다.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실의 한 행정관은 “온라인 보고 시스템이 갖춰진 뒤로는 대통령이 직접 작성한 지시사항이 곧바로 떨어지기 때문에 업무를 소홀히 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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