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표는 이날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한 연설에서 “이번 방미를 통해 미국의 정치인, 행정부 고위 관료, 전문가들과 폭넓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3년 전 김 위원장과 만난 사실을 거론하며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나, 한국의 제1야당인 한나라당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모든 초당적 노력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2002년 5월 방북한 박 대표는 김 위원장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몇 안되는 정치인이기 때문에 그의 방북 가능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아직 박 대표의 ‘방북 카드’는 설익은 단계로 보인다. 자신의 발언이 방북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처럼 비치자 박 대표는 “‘다시 만난다면’이란 가정으로 한 얘기일 뿐이며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박 대표의 방북 카드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관측도 만만찮다. 방북 채널로는 3년 전과 마찬가지로 ‘코리아 EU 재단’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한 핵심 당직자는 기자에게 “방북은 박 대표가 꺼낼 수 있는 ‘빅 카드’인데 아무렇게나 사용할 순 없지 않느냐”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6자회담이 수렁 속에 빠져들 경우 박 대표가 방북 카드를 꺼내 교착 국면 돌파의 승부수로 던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 대표는 19일 오후 마지막 방문지인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해 숙소인 윌셔그랜드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공공기관 이전은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이지 국회에서 법으로 만들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이전 원칙과 선정 기준이 공정하게 되도록 감시하는 게 마땅하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한일 간 갈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한 데 대해 “한국이 자꾸 국제 외교사회에서 ‘왕따’를 당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뉴욕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결혼 계획을 묻는 질문에 “결혼을 하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며 “지금은 나랏일을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뿐”이라고 밝혔다.
한편 컬럼비아대 행사 주최 측은 당초 20여 명이 모이는 소규모 간담회를 예상했으나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석해 대성황을 이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로스앤젤레스=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뉴욕=홍권희 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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