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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3월 15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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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청와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침해 주장과 교과서 왜곡 행위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깝게는 일본의 ‘과거사 배상’ 문제를 언급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3·1절 기념사가 대일외교 기조 변화의 신호탄이 됐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의 발언 이후 정부 내에선 일본과의 우호협력이 중요하긴 하지만 한일관계를 제대로 정립하기 위해선 일본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러나 독도와 교과서 왜곡 문제 만이 정부의 대일 인식에 변화를 가져온 것은 아니다. 일본이 한일관계에 무성의하게 나오는 데 대한 정부의 비판적 인식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청와대를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한국의 핵물질 실험 문제가 국제적 이슈가 됐을 때 일본이 한국의 과거 핵 프로그램은 핵무기 개발과 전혀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국제사회에서 의혹을 부추기는 듯한 태도를 취한 것이 발단이었다. 당시 정부 당국자는 일본을 방문해 항의했다.
또 일본이 북한 핵 문제의 해결을 위한 우리의 협조 요청에 기대만큼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도 NSC 주변에서 들렸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일본에 대한 ‘조용한 외교’ 원칙은 살아 있었다. 북핵 문제와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추진을 비롯해 일본과 협력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닌 ‘현실’에서 한일 간에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한꺼번에 터져 나온 독도와 교과서 왜곡 문제는 우리 정부의 운신의 폭을 크게 좁혔다. 냉철한 이성적 판단에 앞서 감정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한일관계의 특수성으로 인해 정부가 미온적인 대응을 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청와대가 15일 대일외교 기조에 대한 입장 발표 시점을 ‘2, 3일 후’로 예고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 정부 관계자는 “우리가 한일관계를 그만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 압박 강도를 높이는 동시에 일본에 태도의 변화를 위한 마지막 시간을 준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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