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도시법 국회 통과 한밤 몸싸움… 고함… 또 구태 재연

  • 입력 2005년 3월 3일 03시 09분


“날치기 안된다”2일 밤 신행정도시 관련 법안이 직권 상정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한나라당 이재오(가운데 손 든 사람) 김문수 의원(단상 가운데) 등이 “열린우리당이 일방 처리했다”며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날치기 안된다”
2일 밤 신행정도시 관련 법안이 직권 상정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한나라당 이재오(가운데 손 든 사람) 김문수 의원(단상 가운데) 등이 “열린우리당이 일방 처리했다”며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신행정도시 관련 법안은 2일 국회 본회의에서 길고 험난한 과정을 거쳐 간신히 통과됐다.

해외 방문 중인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 직무대리인 김덕규(金德圭) 부의장이 법안의 직권 상정을 선언한 것은 이날 오후 10시 45분경. 의원 총회 도중 급하게 본회의장으로 뛰어 들어간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김문수(金文洙) 박계동(朴啓東) 배일도(裵一道) 의원 등 20여 명은 김 부의장의 회의 진행을 막기 위해 단상으로 올라가려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에게 저지당했다.

일부 여야 의원은 서로 밀고 밀리는 몸싸움을 벌였고 한나라당 안상수(安商守) 의원은 발언대의 마이크를 잡고 “한나라당이 이렇게 반대하는데 마음대로 직권 상정을 해도 됩니까”라고 소리를 질렀다. 또 박, 배 의원 등은 김 부의장을 향해 서류 뭉치를 집어던지며 “헌법 파괴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고함쳤다.

이에 김 부의장은 “법안 제안 설명은 마쳤다. 반대토론을 신청한 안 의원이 토론을 하지 않으면 회의를 계속 진행하겠다. 조용히 하라”며 한나라당을 압박했다. 김 부의장은 안 의원이 반대토론에 응하지 않자 결국 10시 54분경 표결 실시를 선언했고, 김문수 의원은 “날치기를 중단하라”며 김 부의장에게 물 컵을 집어던졌다.

표결 도중 본회의장에 들어간 박근혜(朴槿惠) 대표와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는 회의장 뒤편 의석에 앉거나 복도에 서서 말없이 단상 앞 몸싸움 장면을 지켜봤다. 이날 표결에는 22명의 한나라당 의원이 참석해 찬성 7, 반대 11, 기권 4표를 던졌다. 찬성한 의원은 김덕룡(金德龍)원내대표, 유승민(劉承旼)대표비서실장 김학송 김성조 김충환 권경석 홍문표 의원이며, 박 대표는 기권했다.

김 부의장이 10시 59분 투표 종료 및 법안 가결을 선언하자 김 의원은 김 부의장에게 명패를 집어던졌다. 또 이재오 의원은 본회의장 뒤편의 박 대표 등을 향해 “당 지도부가 당을 팔아먹었다”며 소리를 질렀다.

이어 김 부의장이 국가안전보장회의법 개정안을 직권상정하자 김 의원은 단상 위로 뛰어올라가 김 부의장을 껴안고 “왜 날치기 합니까”라며 법안 표결을 저지하려다가 열린우리당 의원들에게 끌려 내려갔다.

열린우리당 정청래(鄭淸來) 의원은 “우리에게 항의하지 말고 박 대표에게 해라. 박 대표와 김 원내대표가 야합한 것 아니냐”고 한나라당 의원들을 자극했다. 잠시 후 박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본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한나라당 의원 일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법 개정안 통과 직후 단상 앞에 서서 애국가를 불렀고, 열린우리당 의석에선 “쇼하지 말라”는 야유가 쏟아졌다.

한편 이날 오전 9시 반부터 4시간 동안 계속된 한나라당의 ‘마라톤’ 의총에선 기존 당론에 따라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과 법안 통과를 재고해야 한다는 반론이 팽팽히 맞섰다. 결국 박 대표 등 지도부가 참석한 원내대책회의에서는 “기존 당론에 따라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으나 이후 다시 열린 의총에서는 많은 의원들이 거듭 당론 변경을 요구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최호원 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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