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3·1절 앞두고 독립기념관 깜짝 방문

  • 입력 2005년 2월 27일 18시 11분


코멘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7일 충남 천안시 목천읍에 있는 독립기념관을 ‘깜짝’ 방문했다.

청와대 측은 노 대통령의 독립기념관 방문 배경에 대해 “특별한 이유는 없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제86주년 3·1절 기념일을 앞둔 데다 최근 일본 시마네(島根) 현 의회가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의 날’ 조례 제정안을 발의하는 등 독도를 겨냥한 공세가 세진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경 버스 편으로 독립기념관을 찾아 1시간 반가량 1∼7전시관 중 1∼3관인 민족전통관, 근대민족운동관, 일제침략관을 차례로 둘러봤다.

항일운동사를 연구한 독립기념관 강대덕(姜大德) 부장의 안내를 받아 전시관을 관람하던 노 대통령은 “좋은 역사만 가르칠 게 아니라 잘못된 역사도 역사이기 때문에 가르쳐야 한다. 그게 역사인식이다. 과거로 돌아가자는 게 아니라 미래로 가기 위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민족전통관의 광개토대왕비 모형 앞에서는 “일본이 왜곡한 게 어떤 부분이냐”, “일본이 왜곡했다는 것을 어떻게 반박할 수 있느냐”고 자세히 캐물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강 부장에게서 ‘고종이 대원군과 명성황후의 그늘에 가린 유약한 군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당시 열강의 세력 균형을 절묘하게 이용한 군주였고 그래서 일제가 온갖 수단을 동원해 하야시켰다’는 설명을 듣고는 “처음 듣는 이론”이라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지금의 국제정세가 조선 말 개항, 개화기와 비슷한 것 같다”며 “역사를 국수주의적으로 가르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관람 중이던 어린이들과 사진을 함께 찍으면서 “역사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격려했고, 동행한 학부모들에게는 “역사를 잘 가르쳐야 아이들의 판단력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 모형과 조선 말 신미양요 때 강화도의 광성진에 설치된 대포 등 ‘자주국방’을 상징하는 무기류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는 후문이다.

이날 노 대통령의 독립기념관 방문은 극비에 부쳐져 독립기념관 측도 전혀 몰랐다. 청와대 측은 이날 오전 10시경 독립기념관 측에 “행정자치부에서 구경을 가는데 잘 안내해 달라. 높은 분이 나올 필요 없고 당직사령이 설명을 해주면 고맙겠다”고만 알렸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