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시대, 근대화 産苦였나 反민중 독재였나

  • 입력 2005년 2월 20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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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 시대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는 근현대사 평가에서 가장 민감한 대목이다. 한일협정문서 공개, 광화문 현판 교체, 김형욱(金炯旭) 전 중앙정보부장 실종사건 재조사 등에 대해 정치권과 학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박정희의 정치적 독재를 옹호하는 학자들은 거의 없다. 하지만 박정희시대 평가와 관련해서는 집권세력의 정략적 의도가 개입된 ‘박정희 두 번 죽이기’라는 비판적 시각과 한국사회에서 금기시됐던 ‘박정희 신화의 본격적 해체’라는 시각이 공존한다.

진보성향 학자들은 박정희시대의 경제정책은 장기집권을 합리화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본다. 정권 안보를 위해 경제성장을 추진하다보니 정경유착과 빈부격차, 그리고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도덕불감증 같은 부작용을 낳았다는 것. 또 경제개발계획은 장면(張勉) 정부 때 수립된 것을 모방한 것이며, 외자 도입은 한일협정 체결과 베트남전 파병 등으로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킨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반면 뉴 라이트 운동에 참여하는 학자들은 박정희시대의 정치와 경제는 불가분의 관계였다고 주장한다. 바닥난 국내자본과 형편없는 대외신인도 속에서 대규모 외자 도입을 위해서는 한일국교정상화와 베트남 파병 등 이외에 다른 현실적 대안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다른 선진국들도 산업화 초기 관치금융을 통해 전략산업에 집중 투자해 불균형성장이 불가피했다는 것. 또 박정희의 리더십을 감안하지 않고서는 남북 간의 경제력 격차의 원인을 설명할 수 없으며, ‘박정희시대의 경제정책이 자유시장경제 원칙 자체를 훼손했다’는 비판도 결과로 과정을 비판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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