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교육부총리 내정]‘경제통 정치인’ 내세워 깜짝 人選

  • 입력 2005년 1월 27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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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또 한번 ‘깜짝 인사’ 카드를 집어 들었다. 공석 중인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에 교육 관련 업무 경력이 전무한 ‘경제통’인 김진표 열린우리당 의원을 임명한 것은 파격적인 선택이라는 게 중평이다.

▽왜 김진표인가?=30년간 정통 경제 관료의 길을 걸어오다 지난해 4·15총선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김 의원은 교육분야에는 문외한이다. 그럼에도 김 의원을 교육부총리로 기용한 배경은 노 대통령의 “대학도 산업이다”라는 말에 응축돼 있다.

기업의 요구에 맞춰 대학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경제마인드를 갖고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제통인 민주당 김효석(金孝錫) 의원에게 교육부총리를 제의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 의원에 대한 노 대통령의 신뢰도 매우 두텁다. 노 대통령은 공사석에서 김 의원과 박봉흠(朴奉欽) 전 기획예산처 장관 두 사람을 “대한민국 최고 관료”라고 극찬해 왔다.

김 의원의 기용으로 내각에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를 비롯해 열린우리당 현역 국회의원이 4명으로 늘어나면서 당정 관계는 더욱 긴밀해 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반응은 차갑다.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온 국민에게 고통을 주었던 실패한 경제부총리 출신 인사가 과연 성공한 교육부총리가 될 수 있겠느냐”고 비난했다.

▽곡절 겪은 인선=이기준(李基俊) 전 교육부총리 인사 파문으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및 인사수석비서관까지 교체해야 했던 노 대통령이 김진표 카드를 택하기까지는 적잖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먼저 점찍었던 김효석 의원에게 교육부총리를 맡아 달라고 제의했으나 김 의원의 고사로 무산됐고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합당을 겨냥한 정치적 포석이 아니냐는 의혹만 샀다.

인선 문제가 다시 안개 속에 빠지면서 청와대는 ‘정치인 장관’을 발탁한다는 구도 아래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 중에서 경제통과 교육계 출신을 물색했다. 그 과정에서 한명숙(韓明淑) 김명자(金明子) 의원이 거명돼 한때 여성 부총리 기용설이 부상했다. 이때 김 의원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을 지낸 홍창선(洪昌善) 의원도 후보군에 올랐다.

27일 열린 청와대 인사추천회의에서는 이전처럼 교육계에서 발탁할 것인지, 아니면 경제통을 발탁할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는 후문. 그러나 노 대통령과 이 총리는 이미 김 의원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특히 이 총리가 회의에 앞서 김 의원을 서면으로 임명 제청해 이를 수용하는 쪽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경쟁력 제고’ 대학이 우선 타깃▼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진표(金振杓) 열린우리당 의원이 교육부총리로 발탁됨에 따라 그가 난마처럼 얽힌 교육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육 관련 단체들은 “교육에 경쟁의 논리를 도입하려는 부적절한 인사”라며 임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어 당분간 갈등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정책 어떻게=김 신임 교육부총리는 27일 임명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초중고교 교육은 공교육을 튼튼히 해서 신뢰를 얻어야 한다”며 “대학교육 개혁을 통해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훌륭한 인재를 키워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교등급제, 대학별 본고사, 기여입학제 금지 등 ‘3불(不) 정책’에 대해서는 “하나하나 따져봐야 되는 사안”이라며 신중하게 대답했다.

그러나 그의 발언 전력으로 볼 때 초중고교 교육은 공공성을 강조하는 기존의 교육부 정책을 유지하겠지만 대학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획기적인 개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교육을 경제적인 효율성만으로 재단할 생각은 없다. 교육의 공공성과 효율성이 조화될 수 있도록 (시민단체들과도) 논의하겠다”고 밝힌 것은 마찰을 줄이기 위한 발언으로 보인다.

그는 “대학 입학제도에 있어 가능하면 대학에 자율권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돈이 많다는 이유로 입학시키는 것은 국민 정서상 용납되지 않는다”며 “인적자원을 효과적으로 개발 양성하지 않으면 선진국가가 될 수 없다는 소신과 구상을 가져 왔다”고 강조했다.

교육 개방에 대해서도 “당초 정부 정책의 방향대로 시행해 나가는 일이 적절하다고 본다”면서 “우리 교육 상황에 맞는 개방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쟁력 강조하다 잦은 마찰=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대학은 산업이다”고 강조했고 김 부총리도 교육 경쟁력을 역설해 온 만큼 대학 개혁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4월 총선에 출마했을 때 “대학은 기업이 원하는 이공계 인력을 제때 공급할 수 있도록 맞춤식 주문생산이 가능한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부총리 시절 서울 강남 집값 상승의 원인을 교육정책 실패 때문이라고 보고 여러 정책을 내놓았다가 교육부와 교원단체의 반발을 샀다.

2003년 9월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의 성공을 위해 학원단지를 만들겠다”고 했는가 하면 10월 국정감사에서는 “집값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 강북 등에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를 많이 세워 강남으로 학부모들이 몰리는 현상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교육계 반발=보수, 진보적인 교육단체 모두 김 부총리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혀 순조롭지 않은 출발을 보일 것 같다. 특히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은 그를 ‘평준화 해제론자’로 지목하고 “강력한 반대 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히고 있다.

전교조는 “대학 개혁의 논리로 교육부총리를 임명한 것은 국민의 교육 개혁 요구를 외면하는 것”이라며 “참여정부 초기 경제부총리로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 인사에게 교육을 맡기는 것은 교육을 실험 대상으로 본다는 발상”이라고 밝혔다.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 김정명신 대표도 “교육 문제를 판교신도시에 학원단지를 유치하는 방식으로 풀려는 교육철학을 갖고 있는 인물이 교육수장을 맡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최호원 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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