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납치 진상 쉬쉬해선 안 된다

  • 입력 2005년 1월 19일 17시 58분


북한의 납치 범죄가 ‘일상적으로’ 자행돼 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어제 구속 기소된 김동식 목사의 납치범 류모 씨를 통해 드러난 사실은 충격적이다. 검찰은 류 씨가 포함된 ‘납치공작조’가 1999, 2000년 중국에서 9차례에 걸쳐 탈북자 15명을 강제 납북(拉北)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드러나지 않은 사례를 감안하면 납치 건수는 훨씬 늘어날 게 분명하다.

무엇보다 북한의 납치 범죄에 대해 무관심, 무책임, 무대응으로 일관해온 정부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최근 납치 행각은 탈북자뿐 아니라 재미교포인 김 목사, 일본인 탈북 여성 등 대상을 가리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지난해에는 국내에서 갓 결혼한 탈북자 출신의 젊은 여성이 북한에 납치된 사건도 있었다. 그러나 그 어떤 경우에든 정부가 해결에 발 벗고 나선 적은 없었다.

더욱 유감스러운 것은 지난해 12월 김 목사 납치사건이 재조명된 이후 정부가 보여준 태도다. 민간단체의 빗발친 요구에도 정부는 김 목사의 송환을 북한에 요구하기는커녕 소극적인 자세를 바꾸지 않았다. 그동안의 잘못을 인정한다면 정부가 이렇듯 무심하게 있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행여 납치 문제가 남북관계에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해 그런다면, 정부는 큰 착각을 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국민이 생각하는 남북관계 진전이란 어디까지나 북한이 범죄국가의 모습에서 벗어난 뒤의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납치범’의 이미지를 벗지 못하는 한 국민은 남북관계가 개선됐다는 정부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북한의 최근 몇 년간 납치 사례를 낱낱이 조사해 밝히고, 북한에 사과와 재발 방지 및 납치자 송환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더 쉬쉬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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