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치기 막아라” 野 의장석 점거 ‘배수진’

  • 입력 2004년 12월 31일 03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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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31일 새벽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이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과거사관련법 등을 직권으로 본회의에 상정하려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급박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0시반경부터 과거사법과 신문법안 등의 본회의 직권상정을 막기 위해 본회의장 의장석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점거했다. 고흥길 최구식 의원 등은 의장석 오른쪽 계단에 앉거나 누운 채로 김 의장이 의장석에 오르지 못하도록 봉쇄했다. 이혜훈 의원 등 일부 여성 의원들도 의장석 왼편 의사국장석 등을 점거한 채 농성에 들어갔다. 일부 의원들은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도 점거했다.

한나라당의 의총 분위기와 본회의장 점거 소식이 전해지자 열린우리당도 즉각 긴급 의총을 열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의원들의 출석을 일일이 체크하며 본회의 단독 개최 상황을 준비하는 등 긴박한 분위기였다.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 등 각료 의원들도 국회 본청 안팎의 모처에 머물며 법안 처리에 대비했다.

의총을 끝낸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31일 새벽 1시10분경부터 하나둘씩 본회의장에 들어갔다. 열린우리당 우원식(禹元植) 의원은 의장석 주변을 점거한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합의서를 다시 다 써놓고 뭐하는 거냐”고 고함을 쳤다. 같은 당 김희선(金希宣) 의원은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에게 다가가 “이래도 되느냐”고 항의했으나 박 대표는 “(합의서는 의원들에게) 추인을 받지 않은 것”이라고 맞받았다.

새벽 1시반에는 정부 각료 의원들이 예산결산특별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가운데 열린우리당 단독으로 최종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김 의장은 31일 자정을 넘어 김덕규(金德圭) 부의장과 함께 국회 운영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이해찬 총리와 이헌재(李憲宰) 경제부총리 등도 함께 했다.

한편 한나라당 박 대표는 이날 심야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과거사법과 신문법 등은 국가보안법 대체입법안과 함께 패키지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며 “열린우리당이 국보법 대체법안만 거부하고 나머지 두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하면 우리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최호원 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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