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의원들은 0시반경부터 과거사법과 신문법안 등의 본회의 직권상정을 막기 위해 본회의장 의장석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점거했다. 고흥길 최구식 의원 등은 의장석 오른쪽 계단에 앉거나 누운 채로 김 의장이 의장석에 오르지 못하도록 봉쇄했다. 이혜훈 의원 등 일부 여성 의원들도 의장석 왼편 의사국장석 등을 점거한 채 농성에 들어갔다. 일부 의원들은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도 점거했다.
한나라당의 의총 분위기와 본회의장 점거 소식이 전해지자 열린우리당도 즉각 긴급 의총을 열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의원들의 출석을 일일이 체크하며 본회의 단독 개최 상황을 준비하는 등 긴박한 분위기였다.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 등 각료 의원들도 국회 본청 안팎의 모처에 머물며 법안 처리에 대비했다.
의총을 끝낸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31일 새벽 1시10분경부터 하나둘씩 본회의장에 들어갔다. 열린우리당 우원식(禹元植) 의원은 의장석 주변을 점거한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합의서를 다시 다 써놓고 뭐하는 거냐”고 고함을 쳤다. 같은 당 김희선(金希宣) 의원은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에게 다가가 “이래도 되느냐”고 항의했으나 박 대표는 “(합의서는 의원들에게) 추인을 받지 않은 것”이라고 맞받았다.
새벽 1시반에는 정부 각료 의원들이 예산결산특별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가운데 열린우리당 단독으로 최종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김 의장은 31일 자정을 넘어 김덕규(金德圭) 부의장과 함께 국회 운영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이해찬 총리와 이헌재(李憲宰) 경제부총리 등도 함께 했다.
한편 한나라당 박 대표는 이날 심야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과거사법과 신문법 등은 국가보안법 대체입법안과 함께 패키지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며 “열린우리당이 국보법 대체법안만 거부하고 나머지 두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하면 우리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최호원 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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