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대사 내정자가 외교부장관의 상전?

  • 입력 2004년 12월 30일 16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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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미 대사 내정자가 외교통상부 장관의 상전인가."

외교부가 30일 주미 대사로 내정된 홍석현(洪錫炫) 중앙일보 회장에게 한미 주요 현안에 대한 브리핑하는 자리에 반기문(潘基文) 장관까지 참석한 것을 놓고 정부 일각에서 이런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 정부중앙청사 별관(외교부 청사) 17층 회의실에서 2시간 가량 진행된 브리핑에는 반 장관 이외에 김숙(金塾) 북미국장, 조태용(趙太庸) 북핵외교기획단장, 김원수(金垣洙) 정책기획관, 조태열(趙兌烈) 지역통상국장과 이들 국의 심의관과 과장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주요국 대사 내정자에게 관련 업무에 대한 사전 브리핑을 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이처럼 장관과 관련 국장이 전원 참석해 '각별한 예우'를 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한 고위급 외교관은 "외교부 출신 대사 내정자들은 직접 해당국을 찾아가 참고자료를 받고 혼자 공부를 한다. 미국 같은 4강 대사에 내정된 외부 인사에게도 주무 국장과 과장이 찾아가 자료를 전달하고 간단한 브리핑을 하는 정도가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한 중견 외교관도 "아직도 홍 회장을 '외교부 장관의 지휘를 받는 주미 대사 내정자'가 아니라 '유력 언론사의 사주'로 대접하려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북미국의 한 관계자는 "한미관계가 매우 중요한 만큼 대사 내정자에게 충실하고 종합적인 브리핑을 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마련된 자리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반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 앞서 "(홍 회장의) 주미 대사 내정에 대해 외교부는 대환영이고, 바깥에서 만난 인사들도 '제일 잘 된 인사 중 하나'라고 한다. 기대가 크다"고 말했고 이에 홍 내정자는 "본부에서 잘 지원해 달라"고 화답했다.

홍 내정자는 비공개 브리핑 도중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뜻을 잘 받들어서 한미관계 증진을 위해 노력 하겠다"는 취지의 소감을 밝혔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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