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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2월 20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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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大서 與大로▼
▽의회 권력교체=4·15총선 결과 민정당 이후 20여 년간 계속돼 온 한나라당의 국회 권력이 열린우리당으로 넘어갔다.
이는 2002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으로 행정부에서의 권력교체가 이뤄진 데 이어 입법부의 권력교체가 이뤄졌음을 의미했다.
이는 또 ‘산업화 세력’이 쥐고 있던 권력이 50여 년 만에 ‘민주화 세력’으로 이동을 완료했음을 알리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열린우리당은 과반수인 152석의 의석을 확보해 국회 의장단과 핵심 상임위원회를 장악했다. 17대 국회 개원협상 당시 한나라당이 법제사법위원장 등 핵심 상임위 위원장직을 요구하자 열린우리당 대야(對野) 협상창구였던 이종걸(李鍾杰) 원내수석부대표는 한나라당 측에 “이제 제2당이 됐음을 제발 인식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의회에서의 권력교체는 ‘여야 대결구도’를 오히려 심화시키는 후유증을 낳았다. 권력을 잃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상실감과 의회 권력을 쟁취했다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자부심이 충돌하면서 ‘강(强) 대 강’ 대결을 부추기고 있다.
이로 인해 여야 내부에서 모두 강경파를 배제하는 정계 개편의 밑그림이 은밀히 그려지고 있는 것도 특기할 만한 대목이다. 이는 단순한 권력교체를 넘어서는 이념 중심의 새로운 정치지형 창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
▼黨內권력 분산▼
▽정당 내 권력 이동=과거 ‘제왕적 총재’ 시절의 당내 권력구도도 상전벽해(桑田碧海)의 변화를 겪었다. 당내 1인자인 총재와 총재 개인의 의결기구로 전락했던 상임중앙위원회의 권한이 대폭 축소되고 권력이 의원 개개인에게 분산됐다. 이 때문에 의원총회가 사실상 최고 의결기구로 급부상했다.
또 원내 정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당 의장과 원내대표의 ‘투톱 시스템’이 도입돼 권한이 집중됐던 상부구조가 약화되고 그만큼 하부구조가 강화됐다. 열린우리당은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가 합의한 ‘신행정수도 특별위원회’ 구성 건이 당 원내부대표들의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다. 4대 법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간 협상에서도 합의사항이 뒤집히는 일이 잦아 상호 불신이 커졌고, 급기야 상대 협상대표를 향해 “전권을 위임받고 나오라”는 요구까지 하는 상황이 됐다. 한나라당의 경우 9월 22일 의총에서는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그 전날 당 수도이전문제특위로부터 보고받은 충청권 행정특별시 건설 안을 추인받으려 했으나, “학술 논문 같다” “비빔밥이다”는 소속의원들의 집중 비판을 받고 무기한 연기했다.
의원들에게 사실상 예속됐던 당원들의 목소리도 커져 이제는 중앙당에 대한 압력단체로 부상했다. 열린우리당 핵심당원들은 기간당원제 도입, 한나라당 출신 보좌관 축출 등을 중앙당에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공직후보 선출권한도 지구당위원장이 아닌 기간당원들에게 넘어갔다.
▼청와대서 정부로▼
▽청와대-정부 분권 실험=노 대통령의 분권 실험이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대통령 자신은 △반(反)부패 △국토균형발전 △정부 혁신 등 국가적 어젠다를 추진하고 통일·외교·안보 등 외치(外治)에 주력하겠다는 구상이다. 노 대통령이 최근 국내 분야에 대한 발언을 자제하면서 통일·외교 분야에 치중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신 일상적인 내치 분야는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에게 상당부분 위임했으며, 이 총리는 경제 분야를 총괄하는 이헌재(李憲宰) 경제부총리, 통일·외교·안보 분야를 총괄하는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 사회·복지 분야를 총괄하는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부 장관 등 책임 장관들에게 권한을 다시 분산시켰다.
분권화는 노 대통령이 2002년 대선 당시 제시했던 ‘책임총리제’가 그 원형이라고 볼 수 있다.
여권의 핵심관계자는 20일 “노 대통령이 이 총리에게 일을 넘기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인다”며 “이 총리는 자신이 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일은 다시 대통령에게 되넘기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총리의 권한도 역대 어느 정권 때보다 세졌다. 그러나 한나라당에 대한 직선적 비판으로 국회가 장기간 파행하는 등 부작용도 눈에 띄었다. 김 장관의 연기금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반대 파문에서 드러나듯 ‘책임 장관’ 간 의견 조율이 실패할 경우 사안이 곧바로 권력투쟁으로 비화되는 취약점도 안고 있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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