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4당 원내대표 국회현실 자성과 한탄

  • 입력 2004년 12월 14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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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과 여야 4당 원내대표가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17대 국회의 현주소에 대해 자성과 한탄을 쏟아냈다. 열린우리당 당권파의 산실인 ‘바른정치실천연구회’가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세미나에서다. 세미나의 주제는 ‘17대 국회, 바른 길로 가고 있나’. 김 의장은 굳은 표정으로 “이런 제목이었으면 축사 요청에 응하지 않을 걸 잘못했다. 국회의장이라고 얼굴 들고 다니기가 힘들다”며 국회 파행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는 “정치가 국민을 통합하고 걱정을 덜어줘야 하는데, 거꾸로 국민을 편 가르고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며 “지금 정치는 부끄러운 수준이다”고 자탄했다.

민주노동당 천영세(千永世) 의원단대표는 “국회의장과 4명의 원내대표가 이 방의 문을 잠그고 밤새워 토론해 보자”며 대화를 촉구했다.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원내대표는 “정부와 국회가 ‘무엇을 할 것인가’는 알지만 ‘어떻게 할 것인가’는 모르기 때문에 국민은 상당 기간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부정적 평가를 내놓았다.

반면 열린우리당 천정배(千正培) 대표만 “금권, 패거리 정치가 사라지고 성실하고 합리적인 의정활동이 자리 잡고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이후 학계와 시민단체 전문가들이 주제발표와 토론을 통해 정치권에 쓴소리를 쏟아냈으나, 여야 지도부와 의원들은 여야 대표 축사가 끝나기 무섭게 썰물처럼 빠져나가 외부 방청객 30여 명만 끝까지 세미나를 지켜봤다.

한편 열린우리당 이철우(李哲雨) 의원의 ‘조선노동당 가입 논란’으로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여야 내부에서는 14일 ‘휴전’하자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여야 모두 얻는 것보다 상처가 더 크다는 인식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간첩조작 비상대책위원회’ 배기선(裵基善) 위원장은 “국정이 강경 국면으로 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고, 김부겸(金富謙) 의원은 “이 문제는 한나라당의 사과를 받는 선에서 끝내고, 국가보안법은 ‘일몰제’(법을 개정한 뒤 한시적으로 효력을 인정하는 제도)를 적용해 대치정국을 풀자”고 촉구했다.

한나라당 내 국민생각, 국가발전전략연구회, 새정치수요모임, 푸른정치모임의 대표들은 13일 밤 모임을 갖고 “색깔공방은 젊은 세대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며 “정치력으로 풀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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