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법 재상정-예산안 조정 싸고 지리한 공방

  • 입력 2004년 12월 9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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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여야의 국가보안법 폐지안 재상정을 둘러싼 대치와 열린우리당 이철우(李哲禹) 의원의 조선노동당 가입을 둘러싼 공방으로 종일 어수선했다.

예산안 조정소위를 가동 중인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는 여야가 내년 예산액의 증감 여부를 놓고 이날 오후 늦게까지 한 치 양보 없는 논쟁을 벌이다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열린우리당 예결위 간사인 박병석(朴炳錫)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초 예산안 증액규모를 3조 원에서 8000억 원으로 낮췄고, 이를 다시 정부가 요구한 수준까지 양보했지만 한나라당은 최대 7조5000억 원을 삭감하자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이런 식이라면 예산안 처리는 임시국회로 미룰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나라당 예결위 간사인 김정부(金政夫) 의원은 소위 뒤 기자들과 만나 “사흘에 걸쳐 예산 삭감에 노력했지만 1500여억 원을 줄이는 데 그쳤다. 이는 정부 여당의 무책임한 자세를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라며 “열린우리당 자세에 변화가 없는 한 한나라당은 예산 심의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국보법 폐지안 재상정을 놓고 여야가 다시 지루한 공방을 벌였다. 한나라당은 전날 밤부터 젊은 의원들을 중심으로 조를 짜 법사위 회의실을 지키고 의원총회를 이곳에서 여는 등 사실상 ‘점거’에 들어갔다.

특히 열린우리당이 9일 오전 법사위 전체회의를 소집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회의실 문 틈을 청테이프로 막고, 책상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친 뒤 열린우리당이 회의실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열린우리당 송영길(宋永吉) 우윤근(禹潤根) 우원식(禹元植) 의원이 이날 오전 11시경 회의장 뒷문이 잠시 열린 틈을 타 회의실 진입을 시도하자 양당 의원과 보좌진 등 20여 명이 뒤엉켜 ‘개××’ 등의 막말을 주고받으며 15분간 몸싸움을 벌였다.

결국 회의실 진입을 포기한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을 면담해 “타 상임위 의원들의 불법적인 법사위 회의실 점거는 용납할 수 없다”며 경위권 발동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측은 회의실에 생수와 각종 간식거리까지 마련해 이날 오후 12시까지 회의실을 지켰다.

한편 행정자치위원회와 교육위원회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과거사 관련 법안을 각각 전체회의에 상정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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