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국보법 대치]뒷골목 같은 국회

  • 입력 2004년 12월 8일 18시 31분


코멘트
의사봉 감추고 마이크 숨기고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선 열린우리당의 국가보안법 폐지안 재상정 시도를 막기 위해 한나라당 이규택 의원(왼쪽)이 의사봉을 감추고, 김용갑 의원(오른쪽)은 위원장 석 마이크를 책상 아래로 치우는 해프닝이 빚어졌다.-서영수 기자
의사봉 감추고 마이크 숨기고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선 열린우리당의 국가보안법 폐지안 재상정 시도를 막기 위해 한나라당 이규택 의원(왼쪽)이 의사봉을 감추고, 김용갑 의원(오른쪽)은 위원장 석 마이크를 책상 아래로 치우는 해프닝이 빚어졌다.-서영수 기자
“너무 창피해서 (의원) 배지를 떼고 싶다.”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재격돌한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 곳곳에서 터져 나온 한탄이다. 한나라당 측이 일찌감치 위원장석을 점거해 열린우리당이 국보법 폐지안 상정을 시도했던 6일과 같은 몸싸움은 없었지만 욕설과 인신공격은 더 심했다.

한나라당의 김용갑(金容甲) 의원은 개회시간(오전 10시)이 되기 전에 미리 위원장석을 점거했고, 이규택(李揆澤) 맹형규(孟亨奎) 이병석(李秉錫) 공성진(孔星鎭) 의원 등 10여명의 한나라당 의원이 그를 에워쌌다.

오전 10시 회의실에 들어온 열린우리당 선병렬(宣炳烈) 의원은 이를 보고 “이거 뭐야, 여기가 동물원이야. 왜 김용갑 의원 같은 노인네를 앉혀”라고 비난했다. 같은 당 최재천 의원은 국보법 폐지안을 다시 상정하기 위해 준비한 의사일정변경동의안 서류를 들고 “왜 비법사위원들이 들어와 있어”라고 고함을 쳤다.

이에 한나라당 심재철(沈在哲) 의원이 “또 날치기하려는 것 아니냐”고 하자 최 의원이 “누가 또 헛소리하는 거야”라고 맞서 삽시간에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열린우리당 측은 일단 간담회부터 하겠다며 회의장 마이크를 켜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이한구(李漢久) 정책위의장이 아예 마이크 전원을 꺼버리자 선 의원은 법사위 여직원들에게 전원을 다시 켤 것을 요구하며 이 의장에게 “당신이 법사위 행정실장이야”라고 고함쳤다. 이 의장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러면 당신은 법사위 경위냐”고 맞섰다. 초선인 선 의원은 재선인 이 의장에게 “어이 이한구, 마이크 좀 켜”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시 최 의원이 “이런 식이라면 회의장을 옮기겠다”고 말하자 김용갑 의원은 “시끄럽다. 국회 다 불 지르고 다른 데 가서 하라”고 일축했다.

뒤늦게 도착한 열린우리당 유시민(柳時敏) 의원은 김용갑 의원에 이어 위원장석을 점거한 공 의원을 가리켜 “공성진이 아니라 ‘농성진’이네. 대학(공 의원은 대학교수 출신)에서 그런 것 가르쳤느냐”고 비난했다. 한나라당 측에서는 “너 혼자 씨부려라” “저거 뭐야, 건방진 놈” 등의 막말이 나왔다.

2시간에 걸친 지루한 대치 끝에 열린우리당 측은 회의실에서 철수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은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며 오후 늦게까지 회의실을 지켰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