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치는 국민이 다 보고 있다. 날치기를 한 뒤 우리끼리 자축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상정의 합법성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 국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특히 “(이런 식으로 상정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이 이처럼 천 대표를 맹공하자 우원식(禹元植) 의원은 “한나라당으로 가라”고 야유를 던지기도 했다.
이에 앞서 임종인(林鍾仁) 의원은 “국보법 폐지는 1925년 일제강점기의 치안유지법부터 생각하면 80년 만의 쾌거다. 신채호(申采浩) 선생이 ‘천 대표 아주 잘했어’, 문익환(文益煥) 선생이 ‘최재천 아주 훌륭했어’하는 소리를 제가 들었다”고 말했다. 임 의원은 “열린우리당이 아주 잘하고 (천 대표가) 당선 이래 제일 잘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회를 본 정청래(鄭淸來) 의원은 “백범 선생께서 ‘임종인 잘 했어’라고 한다”고 말해 의총장에선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당내 중도 성향의 의원들 사이에선 전날 국보법 폐지안의 법사위 변칙 상정 시도에 대해 ‘자성론’이 일기도 했다.
한 재선 의원은 “대통령 탄핵사건의 역풍에 힘입어 47석의 의석에서 과반의석을 얻은 것이 바로 엊그제 아니냐. 여당에서 무리하게 일을 하면 언제든지 다수가 소수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료 출신의 한 의원도 “당내에서 ‘법대로’를 얘기하지만 결국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자는 논리”라면서 “법보다 상식과 순리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법사위에선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국보법 폐지안 상정을 기정사실화하기 위해 의사진행 발언을 요구했으나 최연희 위원장은 오후 7시 15분경 예정된 66개 법안 중 65개를 합의 처리한 뒤 곧바로 산회를 선포했다.
이에 열린우리당 송영길(宋永吉) 의원은 “위원장이 사회를 기피했으니 열린우리당 간사가 사회를 보고, (6일) 상정이 된 국보법에 대해 토론하자”며 단독 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미 산회가 된 회의를 같은 날 다시 여는 것은 국회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지적에 따라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민주노동당 노회찬(魯會燦) 의원은 8일 법사위 재소집 방안을 논의했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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