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법사위 정면충돌]멱살잡이… 욕설… 국보법 전면전

  • 입력 2004년 12월 3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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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점 없는 파행정국여야가 3일 국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안 상정 문제 등을 놓고 충돌하면서 각 당 지도부의 움직임에 촉각이 쏠리고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안 상정이 결국 무산되자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왼쪽)가 눈을 비비며 피곤한 표정을 짓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민법 개정 공청회를 지켜보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표정도 심각하다.김경제 기자
접점 없는 파행정국
여야가 3일 국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안 상정 문제 등을 놓고 충돌하면서 각 당 지도부의 움직임에 촉각이 쏠리고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안 상정이 결국 무산되자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왼쪽)가 눈을 비비며 피곤한 표정을 짓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민법 개정 공청회를 지켜보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표정도 심각하다.김경제 기자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여야 의원들의 몸싸움과 욕설이 오가는, 문자 그대로 구태(舊態)가 재연됐다.

최연희(崔鉛熙·한나라당) 법사위원장은 이날 오후 2시 20분경 민법 개정안 공청회를 마치자마자 정회를 선포한 뒤 국가보안법 폐지안 상정문제와 관련해 “여야 간사가 합의해 회의 속개 시간을 정하라”며 퇴장했다.

그러나 이날 국보법 폐지안의 법사위 상정을 관철키로 방침을 정한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최재천(崔載千) 의원은 “왜 속개 시간을 정하지 않느냐. 이 자리에서 시간을 정해야 한다”며 최 위원장을 붙잡았고, 같은 당 이종걸(李鍾杰) 원내수석부대표와 이목희(李穆熙) 의원 등은 몸으로 최 위원장을 막아서며 “도망치지 말라”고 소리 질렀다.

반면 한나라당 이병석(李秉錫) 주성영(朱盛英) 의원 등은 최 위원장을 뒤에서 몸으로 받치면서 “위원장 몸에 손대지 말라”고 맞고함을 쳤다.

여야 의원들 간에 밀고 밀리는 승강이는 10여 분간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여야 당직자들은 서로 멱살을 붙잡고 거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 여야 의원들은 회의장 중간에서 최 위원장을 중심으로 대치한 상태에서 이날 오후 4시 반 전체회의를 다시 열기로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주 의원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이목희 의원에게 “술을 드시고 들어와서 왜 이러느냐”며 비난했고, 이 의원은 회의 속개에 합의한 직후 회의장 앞 복도로 나와 “개××”, “정권의 개 노릇하던 ××들이 무슨 양심이 있다고”라고 거친 욕설로 분풀이를 했다.

4시 반 속개된 전체회의에서도 대립은 팽팽히 이어졌다.

열린우리당 선병렬(宣炳烈) 의원 등은 “법안을 상정조차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주장했고, 한나라당 김재경(金在庚) 의원 등은 “상정된 뒤 다수 여당이 밀어붙인다면 소수 야당으로서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국보법 폐지를 막을 방법이 없다”며 맞섰다.

국보법 폐지안이 법사위에 상정될 경우 열린우리당 출신인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이 폐지안을 직권으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국회법은 법안이 일단 상임위에 상정되면 상임위의 합의나 의결이 없더라도,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최 위원장은 “열린우리당이 법안을 강행처리하지 않겠다는 보장을 하라”는 중재안을 내놓고 오후 6시 반경 다시 정회를 선포해 합의를 유도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이를 거부함에 따라 양측의 밀고 당기기는 이날 밤 늦게까지 계속됐다. 이날 회의장엔 법사위 소속이 아닌 여야 의원들도 대거 몰려가 전의(戰意)를 북돋웠다.

결국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4일 오후 2시 전체회의를 다시 열어 국보법 폐지안을 논의키로 했다. 법사위는 3일 오후 11시 반경 회의를 다시 열어 국보법 폐지안을 제외한 주택임대차보호법 등 6개 법안의 상정 여부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산회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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