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EAN“21세기 아시아는 四國志”

  • 입력 2004년 11월 29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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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국가연합(ASEAN)이 아시아 맹주 자리를 놓고 겨루는 중국과 일본의 틈새를 비집고 ‘제 목소리 내기’에 나섰다. 한국 중국 일본과의 자유무역협정(FTA) 교섭을 통해 발언권을 키우는 한편 정치 분야에서도 동남아 중심의 새판 짜기를 시도하고 있다. 29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개막된 ‘아세안+한중일’ 정상회의는 아세안의 위상 강화에 좋은 기회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중일 경쟁을 지렛대로 활용=ASEAN은 중국과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일본을 끌어들이고, 일본을 향해서는 중국의 ASEAN을 향한 ‘구애(求愛)’ 사실을 넌지시 흘려 추가 양보를 얻어내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두 나라의 주도권 경쟁을 이용한 세력균형 모색이다.

ASEAN은 30일 일본과의 정상회담에서 FTA 교섭을 내년 4월 시작해 2년 내에 마무리 짓는다는 원칙에 합의할 예정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당초 일본의 농산물시장 개방과 동남아 근로자의 일본 취업조건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난항을 겪었지만 ‘중국 경제권’으로의 편입을 우려한 ASEAN과 중국의 동남아 진출 견제가 절박한 일본의 입장이 접점을 찾았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FTA 체결로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2조엔(약 20조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GDP
(단위:달러. 2002년 12월말 현재)
국가1인당 국내총생산(GDP)
브루나이1만8400
캄보디아1400
인도네시아3500
라오스1600
말레이시아3600
미얀마1300
필리핀4000
싱가포르2만6000
태국6900
베트남2300
자료:나이트리더트리뷴

ASEAN은 중국과의 협력 강화에도 적극적이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29일 “ASEAN은 중국을 두려운(scary) 이웃 국가로 보고 있지만 교역 확대라는 실질적 필요성 때문에 걱정을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ASEAN은 중국과 내년 7월부터 2010년까지 대부분의 교역품에 대한 관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29일 합의했다.

▽동남아우호협력조약(TAC) 체결 러시=정치 분야에선 영토 존중, 내정불간섭, 분쟁의 평화적 해결 등을 규정한 TAC를 내세워 주변국과의 관계정립에 나서고 있다.

이 또한 중국의 부상과 일본 영향력의 상대적 후퇴에 따른 양국의 지역패권 경쟁 양상을 활용한 것.

2003년 중국과 인도, 올해 초 일본과 파키스탄이 이 조약에 서명한 데 이어 이번 회담기간 중엔 한국과 러시아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한국의 과제=한국은 30일 ASEAN과의 정상회의에서 2006년 협상 완료를 목표로 한 FTA 협상이 내년부터 시작된다고 선언할 예정이다. 한국은 정치적 리더십이 취약한 일본, 아직 경제적 영향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중국 사이에서 나름의 위상과 역할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핵심 추진과제로 내세운 동북아 구상을 어떻게 ASEAN과 연계시키느냐는 것. 한국 정부는 최근 이를 고려해 동북아시대추진위원회의 명칭 변경 문제까지 검토했으나 결국 ‘문패’는 손대지 않는 대신 내용상으로 ASEAN과의 협력을 적극 추진해 나가자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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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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