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법안' 연내 처리 물건너갔다

  • 입력 2004년 11월 26일 16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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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폐지 등 열린우리당이 당 정체성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4대 법안'이 사실상 올해 안에 국회를 통과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5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3부요인 및 4당 대표가 참석한 만찬에서 열린우리당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가 4대 법안과 관련해 "다수당으로서 양보하면서 하겠다. 야당과 국민 여론을 존중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천 원내대표의 다짐은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4대 입법이 무리하게 추진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하자 노 대통령이 "국회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여야에 공을 넘긴 데 이어 나왔다.

천 원내대표의 말처럼 '야당과 국민 여론을 존중하고 양보하면서' 추진하려면 시간적으로도 연내 입법은 무리라는 해석이 어렵지 않다.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이 내놓은 4대 법안에 위헌적 요소가 많다며 강력 반대하고 있고, 여론도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현실적으로 열린우리당이 4대 입법을 연내에 마무리하려면 한나라당 반대를 무릅쓰고 표결 처리를 강행할 수밖에 없는데, 여당 대표가 국가지도자들 앞에서 공언한 원칙을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과반수 여당이 '합의가 안 될 경우 표결하는 것이 민주주의'라는 점을 내세워 언제든 표결 처리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현실적으로도 4대 법안의 진행 상황과 빠듯한 국회 일정을 살펴보면 연내 입법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진도가 가장 많이 나간 언론관계법안도 최근에야 열린우리당 법안과 한나라당 법안이 국회 문화관광위에 상정됐을 뿐이다. 법안심사소위는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사립학교법안의 경우 한나라당 법안은 국회에 제출조차 안됐고, 열린우리당 법안도 교육위에 상정되지 않은 상태다. 교육위는 법안심사소위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사진상규명법안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자체 법안을 각각 행정자치위와 교육위에 제출하는 바람에 상임위 교통정리가 먼저 돼야 할 판이다. 열린우리당은 관련법인 친일진상규명법안부터 우선 통과시킬 방침이지만, 이마저 행자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안은 열린우리당이 당분간 법제사법위에 상정하지 않기로 한나라당과 합의해 사실상 새해로 미룬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나라당은 아직 자체 개정안을 내놓지 않아 여야 협상을 위한 '재료'조차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정기국회 시한인 다음달 9일을 넘겨 연말까지 임시국회가 소집되더라도 본격적인 법안 처리는 새해로 넘어가지 않겠느냐는 말들이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최근 공정거래법 기금관리기본법 국민연금법 등 민생경제 법안에 부쩍 무게를 두고 있는 점도 이를 의식한 때문으로 보인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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