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與野대표 청와대 회동 분위기 "글쎄…"

  • 입력 2004년 11월 25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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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표 운영위 주재한나라당의 박근혜 대표(오른쪽)가 25일 국회에서 당 운영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회의 참석자들은 박 대표에게 이날 저녁 청와대 회동에서 정치현안을 거론하도록 요청했다.-서영수기자
朴대표 운영위 주재
한나라당의 박근혜 대표(오른쪽)가 25일 국회에서 당 운영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회의 참석자들은 박 대표에게 이날 저녁 청와대 회동에서 정치현안을 거론하도록 요청했다.-서영수기자
25일 청와대 만찬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해외 순방과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설명과 함께 남북정상회담 추진설, 경제살리기 방안 등에 대해서도 많은 대화가 오갔다.

오후 6시반에 시작한 만찬은 당초 예정보다 45분 지난 9시15분까지 2시간45분 동안 이어졌다. 회동은 차분한 분위기에서 상당히 신중한 가운데 진행됐다고 김종민(金鍾民)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회담 분위기가 좋았느냐’는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의 질문에 “글쎄요”라고만 답했다고 전 대변인이 전했다.

이날 회동에서 노 대통령이 먼저 “해외에 나가 있는 우리 기업의 지사 직원들이 창의적이고 의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운을 떼자 박 대표도 “대통령께서 좀 더 경제살리기를 일관되게 밀고 나가 달라”고 화답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곧바로 “기업이 투자할 분위기를 조성할 시점인데도 여당이 일방적으로 공정거래법안을 (상임위에서) 통과시킨 것은 유감스럽다”며 “연기금을 사용한 ‘뉴딜정책’을 실시하는 것에 국민이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박 대표가 “국가보안법 개폐를 포함한 4대 법안이 무리하게 추진되지 않도록 대통령이 정치력을 발휘해 달라”고 하자 노 대통령은 “이제는 대통령이 당을 지휘하고 명령하는 영수(領袖) 정치의 시대가 아닌 만큼 국회가 중심이 돼 원만하게 협의해 달라”고 피해 나갔다.

한편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과거 문제로 일부 기업인과 정치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새로운 출발의 계기를 마련했으면 좋겠다.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묵은 찌꺼기를 털고 가자”며 2002년 대선 자금과 관련한 여야 정치인과 기업인들의 사면 복권을 우회적으로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청와대 측이 밝힌 대화 내용.

▽열린우리당 이부영(李富榮) 의장=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에 합의한 것은 국내의 여러 오해를 불식하고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오도록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국내외 투자자들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자민련 김학원(金學元) 대표=민생경제 살리기가 첫 번째 과제다. 그 다음은 한미 공조를 통한 6자회담 성공이다. 세 번째로는 4대 법안과 관련해 정부가 신중하게 대처해 줬으면 좋겠다.

▽민주당 한화갑 대표=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한 것은 6자회담과 관련해 근세사에서 우리가 참여해서 우리 문제를 해결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다. 국내정치와 관련해 입법 문제는 국회에서 논의하고 대통령은 초연하게 국정에 전념했으면 좋겠다.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4대 법안과 관련해서 여야간에 의견 차이가 현격하지 않다고 판단한다. 합의를 이뤄나갈 수 있다고 본다.

▽노 대통령=민생경제의 중요성은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국회에서 장단기 법안을 만들어 통과시켜 달라. 경제와 관련해서 내 임기만 버티는 정책은 하지 않겠다. 연기금은 가장 강력한 국민자본인데, 손발을 묶어 놓고 외국자본이 증권시장을 장악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국민자본이 다시 국민에게 시장을 통해 환류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달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연기금 문제는 안전하게 전문적으로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출자총액제한 등 규제를 푸는 게 필요하다.

▽노 대통령=기금을 쓰지 못하게 하는 방법보다는 안전하게 감시 감독하는 방법이 현명한 방법 아니냐. 우리 경제의 양극화 문제가 여야가 해결해야 할 문제의 본질 아니냐. 회담은 참석자들이 손뼉을 치면서 마무리됐으며 노 대통령은 현관까지 배웅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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