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장성인사 조사 파장]“軍검찰 뒤에 청와대 있나”

  • 입력 2004년 11월 24일 18시 35분


코멘트
태풍의 눈 軍검찰육군 장성 인사와 관련된 괴문서 사건의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국방부 검찰단은 22일 밤 육군본부 인사참모부 소속 중령을 소환해 24일까지 조사를 벌이고 있다. -박영대기자
태풍의 눈 軍검찰
육군 장성 인사와 관련된 괴문서 사건의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국방부 검찰단은 22일 밤 육군본부 인사참모부 소속 중령을 소환해 24일까지 조사를 벌이고 있다. -박영대기자
국방부 검찰단이 22일 육군본부 인사 관련 부서에 대한 압수수색에 이어 본격적으로 육본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에 들어가자 육군 장성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군 검찰은 육본 인사참모부 A중령과 A중령의 후임자인 B중령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했지만 압수된 인사 관련 서류가 방대하고, 소환자들이 잘 협조하지 않고 있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육군 대 군 검찰, 그리고 청와대=이번 사건에 육군 장성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군 검찰과의 악연 때문이다. 대법원 사법개혁위원회가 군 사법제도 개선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군 검찰은 ‘부하 피의자에 대한 지휘관의 형 감량권 폐지’, ‘군 검찰을 지휘관 참모조직에서 독립조직으로 분리’ 등을 주장했다. 그러자 육군 수뇌부는 ‘지휘권 훼손’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더욱이 5월 군 검찰이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인 신일순(申日淳) 육군 대장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구속하자 육군 장성들 사이에서는 “이런 군 검찰은 차라리 없어지는 것이 좋다”는 말까지 나왔다. 군 검찰도 군사법원(재판관 정수성 1군 사령관·육군 대장)이 1억여원을 횡령한 신 대장에 대해 벌금 2000만원만을 선고하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문제의 괴문서
2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인근 군인아파트에 뿌려진 괴문서. 지난달 15일 단행된 육군 장성 인사에서 대규모 비리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이 문서로 인해 군 검찰은 창군 이래 처음 육군본부 인사담당 부서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최호원기자

이 같은 갈등은 9월 남재준(南在俊) 육군 참모총장이 “군 검찰 강화는 인민무력부 안에 정치보위부를 두는 북한식과 마찬가지”라고 발언하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육군 장성 상당수는 ‘군 검찰 강화론’이 참여정부가 들어선 후 본격화됐다는 점을 들며 군 검찰과 청와대와의 사전 교감을 의심하고 있다. 한 육군 장성은 “청와대가 군 검찰을 통해 군 수뇌부를 길들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육본 관계자들이 압수수색 이전 1주일 동안 실시된 군 검찰의 내사 과정에서 군 검찰의 요구와 다른 자료를 내놓거나 업무를 이유로 수사팀을 피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군 장성 인사가 발표된 뒤 민정수석비서관실로 음주운전 전력자의 준장 진급 제보가 입수돼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이를 군 검찰에 넘겼다”고 말했다.

▽수사 어디까지?=육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번 괴문서 사건에 대한 군 검찰의 수사 의지는 확고하다. 신현돈(申鉉惇) 국방부 공보관은 “이번 수사는 윤광웅(尹光雄) 국방부 장관과 남 육군 참모총장이 괴문서의 진위 확인을 위해 추진키로 의견을 함께한 것”이라며 “일부에서 제기한 국방부와 육군의 갈등설은 사실 무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육군 내부 반발과 수사 비협조는 군 검찰에 큰 부담이다. 군 검찰은 혐의만 포착된다면 지난달 15일 장성급 인사 이외에도 다른 계급의 인사나 과거 인사에까지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지만 이번 사건 수사만으로도 허덕이는 상황이다.

또 괴문서에 언급된 부적격 진급 장성 20명에 대해 이들을 아는 영관 장교와 장성들이 “터무니없는 내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어 이번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 영관 장교는 “괴문서에 ‘부하들도 이번 진급자들을 반대하고 있다’고 돼 있지만 진급자 대부분은 탁월한 실적으로 상급자와 부하 모두에게서 인정받았다”며 “일부 오해도 국군기무사 등에서 이미 검증이 끝난 사안”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군 검찰은 인사와 관련해 진급자들이 심사자들에게 금품이나 로비를 제공했다는 단서를 아직 포착하지 못했다.

한편 국방부 합동조사단은 괴문서 작성자를 색출하기 위해 이번 장성 인사에서 첫 준장을 배출한 육사 35기를 중심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與, 軍인사비리 정면비판▼

육군 장성 인사와 관련된 괴문서 사건을 수사 중인 국방부 검찰단은 24일 육군본부 인사참모부 A중령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했으며, 전날 소환한 같은 부서 B중령에 대해서도 이틀째 조사를 벌였다.

두 사람은 장성 진급 대상자의 인적사항과 근무실적, 인사평가 등과 관련된 자료를 총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군 검찰은 육본 압수수색의 근거가 됐던 음주운전 전력자의 준장 진급 건을 먼저 확인하고 있다. 괴문서가 지적한 다른 부적격 진급 사례도 사실로 확인될 경우 진급을 추천한 인사담당자들에게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다음 주쯤 장성 진급심사 때 갑 을 병 및 최종 선발위원회에 참여했던 고위 장성들도 소환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열린우리당의 국방정책 담당인 제2정조위원회 안영근(安泳根)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의 조사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군 인사 전반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이번 괴문서 사건으로 뇌물, 식모살이(진급 대상자 부인이 상관 가정일을 돕는 것), 인맥 동원, 도덕성과 업무 능력 무시, ‘내 사람’ 감싸기, 위인설관(爲人設官) 등 각종 진급 비리가 모습을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육군 장성들은 괴문서 내용과 관련한 군 검찰의 전방위 수사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육군 A소장은 “이번 괴문서는 음해성 성격이 짙은데도 군 검찰이 압수수색까지 한 것은 월권행위”라며 “모든 장성이 비리와 부정을 통해 진급한 것처럼 비쳐 지휘권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육군 관계자는 “조영길(曺永吉) 전 국방부 장관은 ‘제대로 된 제보가 아닌 무기명 투서에 대해서는 내용에 대한 사실 확인보다 투서자를 먼저 엄단하겠다’고 했다”며 “윤광웅(尹光雄) 장관으로 바뀌면서 이 같은 기준이 흔들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군 검찰 관계자는 “이달 15일부터 음주운전자 진급 건을 조사해 이미 상당한 혐의를 확인했다”며 “육본의 수사 비협조가 심각해 압수수색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