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국민연금 발언 파문' 2라운드

  • 입력 2004년 11월 22일 17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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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합 국면으로 접어들던 여권 내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부 장관의 '국민연금 사수' 발언 논란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김 장관이 22일 당-정-청이 국민연금 운용을 보건복지부가 아닌 민간인 중심의 독립기구에서 하도록 합의한 것에 대해 "노후에 국민연금을 지급할 책임은 정부에게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기금의 운용을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기구에 맡길 수는 없다"며 또다시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김 장관은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 "국민연금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투명성과 책임있는 운용을 통해 믿음을 주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오후 의원회관에서도 기자들에게 이같은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완전히 민간독립기구가 연기금 관리를 맡는 것은 공공성에 어긋난다. 연기금은 국민들의 적금통장으로 복지부가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김 장관의 발언은 국민연금 등 연기금을 사회간접자본(SOC) 등에 투자하겠다는 당-정-청의 방침에 '반기'를 든 지 사흘만이다.

김 장관의 발언에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것은 열린우리당 지도부다. 여권내 갈등으로 비쳐질 것으로 우려해 발 빠른 봉합에 나섰던 당 지도부는 "난감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김 장관의 발언 내용을 듣고 이부영(李富榮) 의장에게 긴급히 전화해 난감함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핵심 당직자는 "어렵게 봉합했다고 생각했는데…. 여권내 갈등으로 해석해도 이제는 설명할 방법이 없게 됐다"며 여권내 갈등을 촉발하는 '뇌관'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여당내 분위기도 점차 바뀌고 있다. 김 장관 발언에 대해 정치적 해석을 자제하던 의원들은 "처음에는 주무장관으로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또다시 사고를 치는 이유가 뭐냐. 차기 대권을 위한 행보냐"며 정치적 의도설까지 제기하기 시작했다. 한 재선 의원은 "21일 당-정-청 협의회에는 불참하고 방송에 나가서는 '국민을 위해 반대한다'고 하면 여당과 정부는 뭐가 되느냐"면서 불만을 터뜨렸다.

여권내 논란과는 달리 온라인상의 갈등은 이미 폭발한 상태다. 친여권 네티즌들은 차기 대권구도까지 염두에 두고 막말공방을 벌이고 있다.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전 회장인 명계남(明桂男)씨가 김 장관 홈페이지 게시판에 비판의 글을 올린 것을 계기로 '친노' 그룹이 공세에 나선 상황에서 '김근태 지지그룹'의 반격이 펼쳐지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김근태 장관 사이 불편했던 관계의 반영이자, 친노 그룹의 '반(反) 김근태' 정서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대권 투쟁의 전초전 양상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 장관 홈페이지 게시판이 공방으로 가장 뜨겁다. '멀더'라는 네티즌은 "김근태는 신당창당 과정에서 기회주의적인 처신으로 성향을 보여줬다. 이회창이 김영삼과 맞서 단번에 부각됐듯이 형편없는 자신의 지지율 하락을 막기 위한 고도의 계산된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주군을 배신해서 잘 된 사람은 한명도 없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시의부적절'이란 네티즌은 "앞으로 남은 3년동안 한번 찾아올까 말까 한 기회를 포착한 것으로 우리는 '김근태 장관 사수 투쟁'에 돌입해야 한다"고 맞섰다. '인'이라는 작성자는 "김근태가 차기 대권구도 안에 있는 것은 뻔한 일이고 그 외 어떤 인물도 적당치 않은 듯 하다"고 지지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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