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재선 유력]외교안보 전문가 3人 제언

  • 입력 2004년 11월 3일 18시 15분


힐 大使 개표상황 체크주한 미국 대사관은 3일 서울 용산구 미 대사관 자료정보센터에 대형 TV와 미국 지도를 마련하고 방문자들에게 미 대선 개표 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자료정보센터를 방문한 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 대사(오른쪽)가 개표 상황에 관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전영한기자
힐 大使 개표상황 체크
주한 미국 대사관은 3일 서울 용산구 미 대사관 자료정보센터에 대형 TV와 미국 지도를 마련하고 방문자들에게 미 대선 개표 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자료정보센터를 방문한 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 대사(오른쪽)가 개표 상황에 관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전영한기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재선이 유력시됨에 따라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미국이 종전보다 북한 핵문제 등의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고 한미동맹을 강화하려면 미국과 한국, 또 북한은 어떤 태도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들의 진단과 제언을 들어보았다.》

▼전재성(全在星·39)/정부에 바란다▼

정부는 ‘부시 행정부 2기’가 아니라 ‘새로운 미국 정부’를 대하는 기분으로 대미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0, 21일 칠레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그 회담에서 정책 협의 못지않게 상호 공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이 대북정책을 시행하기 전에 먼저 한국 정부와 공감대를 만들도록 인적 교류 등을 통해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은근히 존 케리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바랐다는 것을 미국은 다 알 것이다. 북한은 더욱더 부시의 낙선을 원했다. (부시 대통령을 공개 지지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 한국의 상황이 같을 수 없다. 새로운 한미관계의 초반 분위기를 잡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를 위한 외교채널 확보 노력부터 다시 해야 한다.

이번 대선은 초유의 테러 선거, 외교안보 선거였다. 부시 대통령은 ‘재신임 받은 전쟁지도자’인 셈이다. 미국 국민이 그에게 ‘계속 나가서 테러와 싸우라’고 명령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시 행정부의 외교안보 노선이 더욱 강경해질 수 있음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 등 미국 내 온건파 외교라인이 사의를 표명한 상태여서 부시 행정부 2기 내각이 한국 정부가 선호하지 않는 강경파 인물들로 물갈이될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북핵 문제도 온건파 입장이 수용된 6자회담의 틀 대신,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의 추진이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와 같은 강경 노선으로 선회할 수 있다.

그런 나쁜 상황이 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북한에 대해선 남북경협엔 적극 협조하겠지만 WMD 문제에선 한국도 강경노선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미국에 대해선 이라크 파병 문제엔 협조하는 기조로 가되, 대북 강경책이 가속화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도 저도 하지 않으면서 희망적 사고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전재성 프로필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미국 노스웨스턴대 정치학박사

-전 숙명여대 정치 외교학과 교수




▼윤덕민(尹德敏·45)/미국에 바란다▼

9·11테러 이후 부시 행정부는 대(對)테러전쟁에 몰두해 왔다. 하지만 2기 부시 행정부는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에 초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2기 부시 행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북한핵 문제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 경우다.

이럴 경우 미국은 6자회담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이른바 ‘플랜A’를 포기하고 북핵 문제의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정, 경제제재 등 다차원적 압박을 가하는 ‘플랜B’를 채택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이 과정에서 군사적 제재를 동원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북한이 대량살상무기를 테러리스트에게 이전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나오기 전에는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미국이 그동안 보여 온 ‘일방주의’ 경향 때문에 예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2기 부시 행정부는 무엇보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 더욱 진지하게 나서야 한다. 그동안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전쟁에 전념하느라 북핵 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였다기보다는 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 등을 통해 북핵 문제를 ‘관리’해 왔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의 진지한 노력이 선행돼야 장차 다른 압박 수단을 동원하더라도 한국의 동의를 얻을 수 있다.

부시 행정부는 한미 동맹의 새로운 비전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 등 변화된 ‘하드웨어’에 맞게 한미 동맹의 성격도 바뀌어야 한다. 1996년 미국과 일본이 냉전 이후의 새로운 동맹 관계로 전환하는 내용의 ‘미일 안전보장 공동선언’을 채택한 것처럼 부시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해결 이후의 새로운 한미 동맹 관계를 정립하는 게 시급하다.

미국은 대테러전쟁을 치르면서 일방주의적이고 오만한 태도를 취해 왔다. 하지만 북핵 문제 해결 등에 있어선 국제협력을 강화하고 정치 경제적 측면을 중시하는 큰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윤덕민 프로필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일본 게이오대 법학박사

―전 외교안보연구원 안보통일연구부장




▼유호열(柳浩烈·49)/북한에 바란다▼

재신임을 받은 부시 대통령은 북한 핵문제에 대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CVID)’라는 기존의 정책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미국은 6자회담이라는 다자간 협상틀을 유지하면서 북핵 문제를 다뤄갈 것이다.

2002년 10월 이후 북한은 조금씩 핵위협의 수위를 높여 왔지만 미국의 반응은 차가웠다. 이는 더 이상 북한의 핵위협이 먹혀들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북한의 핵능력 과장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미 북한의 핵능력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북한은 선택의 기로에 있다. 지금까지의 방식으로 또다시 4년을 버텨낼 수 없다는 것은 북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핵위협을 하기보다는 핵문제 해결 의지를 갖고 미국과 협상을 벌여야 한다.

6자회담에 나서서 현실적인 주장을 펼쳐야 한다. 농축우라늄(HEU)이 없다면 그것을 입증하겠다는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면서 또 한번의 ‘고난의 행군’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북한이 가장 의지하고 있는 중국은 부시 대통령 임기 중인 2008년 베이징(北京)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미국의 협조를 필요로 하고 있다. 또 중국 역시 북한의 핵개발에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제 북한은 상황 변화를 읽어야 한다. 핵개발 고수는 북한 체제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물론 북한에 핵무기 개발을 포기할 수 있는 명분을 주는 일은 미국의 몫이기도 하다. 체제안전보장과 핵개발 포기에 따른 적절한 보상이 주어질 경우 북한에는 훌륭한 핵포기 명분이 되겠지만 강경한 미국의 태도가 걸림돌이다.

그러나 이제 공은 북한에 넘어갔다. 북한은 뉴욕 채널이든 중국을 통해서든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 메시지를 미국에 전달해야 할 것이다. 2005년은 북한 노동당 창건 60주년이자 광복 60주년이기도 하다. 이제는 낡은 틀을 버리고 새로운 세기에 맞는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유호열 프로필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정치학박사

―전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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