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왜 공격적이 되었나

  • 입력 2004년 10월 31일 17시 16분


한나라당의 좌파 공세에 맞서 역공에 나선 여권의 '총사령관'은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다.

이 총리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노무현 대통령이나 나나 좌파적 이념을 갖고 있거나 그런 시각에서 정책을 집행하거나 입안하는 사람이 아니다"(9월16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간담회)며 '방어적'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 상황이 바뀌었다.

4일 보수 원로들을 포함한 시민단체 및 종교계 인사 등 12만여명이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를 주장하며 광화문에 운집하는 등 현 정권에 비판적인 세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던 것.

위기감을 느낀 이 총리의 발언 수위도 점차 높아졌다. 그는 해외 순방 중이던 18일 "우리를 사회주의로 몰고 가려하지만 우리 정권은 유럽의 기준으로 보면 중도 우파다"며 조선일보를 맹비난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역사는 퇴보한다"는 등의 폄하 발언도 거침없이 쏟아냈고, 한나라당의 사과 요구에 대해 "좌파 공세에 대해 먼저 사과하라"며 '공세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경제 불안으로 인한 지지율 급락,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등으로 우왕좌왕하던 여권은 이 총리의 강경 대응에 맞춰 대응 논리를 가다듬고 전열을 갖추는 모양새다.

한편 이 총리가 좌파 공세에 대한 '방탄 총리'를 자임하고 대대적인 반격에 나선 배경을 놓고 갖가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선 노 대통령을 이념 논쟁이나 정쟁에 끌어들이지 않으려는 의지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노 대통령이 장인 문제 등으로 이러저러한 공격을 받고 있고 청와대 386 측근들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은 상황에서 한나라당의 좌파 공세를 차단할 수 있는 사람은 사실상 이 총리 자신 밖에 없었다는 것.

실제 이 총리는 좌파 전력도 없고 '실용주의' 노선을 걸어왔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평가다.

이와 관련, 측근들은 "좌파가 아닌데 자꾸 좌파라고 몰아세우며 정권을 흔들고 있다. 이 총리는 차제에 이념 논쟁의 고리를 확실하게 끊지 않으면 국정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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