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재관 “주재국 인사 대신 직원끼리 골프”

  • 입력 2004년 10월 1일 18시 41분


“쓴소리 좀 해주십시오.”

외교통상부는 해외주재관으로 근무하다 최근 귀국한 15개 부처 공무원 19명을 지난달 30일 저녁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 청사 18층 리셉션홀에 초청해 간담회를 갖고 이처럼 회초리질을 해 줄 것을 자청했다.

반기문(潘基文) 외교부장관이 직접 주재한 이날 행사에선 ‘타 부처 출신 주재관의 눈에 비친 외교부의 문제점’이 기탄없이 쏟아졌다.

다음은 참석자들의 전언으로 재구성한 주요 발언록.

▽반 장관=3년간 해외공관에서 근무하면서 외교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게 됐는지 듣고 싶다.

▽경찰청 A씨=중국에서 3년간 영사로 근무했다. 외교부 직원들은 재외국민을 보호하는 영사 업무를 ‘3D’로 여겨 스쳐 지나가기만 한다. 그래서 영사 분야는 주재관이 터줏대감이 되는 역전현상이 생긴다. 고(故) 김선일씨 사건 이후 영사 인력을 강화한다고 했지만 문서상으로만 증원이 이뤄질 뿐 현장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보건복지부 B씨=외교관들에 대한 현지 교민의 비판에 귀 기울여야 한다. 주말에 대사관 직원끼리 골프를 치면 교민들은 ‘왜 주재국 인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끼리끼리 노느냐’고 한다. 그런 소리를 들으면 평상시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좋은 평가를 못 받는다.

▽산업자원부 C씨=공관의 총무를 외교부 직원이 맡기 때문에 자기 식구들을 우선적으로 챙긴다.

▽재정경제부 D씨=주재관의 대외직명이 외교부 직원에 비해 너무 낮다. 일본 외무성은 외교관과 주재관 간에 차별이 없다.

▽반 장관=공감한다. 관련 규정을 개정하고 있다.

3시간 넘게 진행된 간담회를 마친 뒤 반 장관은 이들의 충고를 외교부 혁신 방안에 적극 반영하라고 실무진에 지시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