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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9월 25일 17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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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견 외교관은 최근 친분 있는 외국 외교관과 북핵 문제에 대해 얘기하다가 이런 질문을 받고 깜짝 놀랐다. 농담 섞인 말이었지만 대량살상무기(WMD)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북한과 비슷한 대우를 받는다는 게 여간 불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 안팎에선 우라늄 분리 및 플루토늄 추출 실험, 시안화나트륨 파문으로 실추된 한국의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모 받는 ‘모범생’ 한국=핵 생화학무기 미사일 같은 WMD의 비확산 및 수출통제와 관련해 남북한은 그동안 성적 좋은 모범생과 퇴학당한 불량배 정도의 큰 차이가 있었다.
한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화학무기금지협정(CWC) 생물무기금지협정(BWC)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5대 비확산체제에 모두 가입했지만 북한은 검증장치가 아직 없는 BWC에만 참여하고 있다.
WMD 관련 품목의 5대 수출 통제체제인 핵공급국그룹(NSG) 쟁거위원회(ZC) 호주그룹(AG)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바세나르체제(WA)에 전부 가입한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28개국뿐. 이들 체제의 회원국 간엔 민감한 물자의 교역도 관대하고 고급 정보도 공유할 수 있어 국제적 신뢰도가 높지 않으면 가입이 아예 불가능하다.
‘불량국가’에 속하는 북한은 5대 체제 중 어디에도 가입하지 못하고 있지만 한국은 NSG 의장국을 지냈고 10월엔 MTCR, 내년 12월엔 WA 의장국을 맡는다.
▽“개성공단 사업 난관 막아야”=1980년대 말 불량국가에 전략물자를 수출한 일본의 한 기업은 회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했으나 결국 도산했다. 일본 통산상도 물러났고 총리가 직접 사과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일본은 이 사건 이후 강력한 수출 통제체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외교통상부의 한 관계자가 전했다.
한국도 최근 여러 불미스러운 사건을 계기로 근본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당장 남북 사이에 많은 물품이 오갈 개성공단 사업이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 대량살상무기(WMD) 비확산 및 수출통제 체제와 남북한 가입 현황 | ||||
| 기구 및 체제 명칭 | 목적 | 가입 현황 | |
| 한국 | 북한 | |||
| 비확산체제(개방적) | 핵확산금지조약(NPT) | 핵무기 확산 방지 | ○ | × |
| 화학무기금지협정(CWC) | 화학무기 완전 제거 | ○ | × | |
| 생물무기금지협정(BWC) | 생물무기 완전 제거 | ○ | ○ | |
|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 모든 핵폭발 실험 금지 | ○ | × | |
| 국제원자력기구(IAEA) | 핵의 군사적 이용 금지 | ○ | × | |
| 수출통제체제(폐쇄적) | 핵공급국그룹(NSG) | 핵 관련 품목 수출 통제 | ○ | × |
| 쟁거위원회(ZC) | 핵물질 확산 예방 | ○ | × | |
| 호주그룹(AG) | 생화학무기 확산 방지 | ○ | × | |
|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 미사일 기술 수출 통제 | ○ | × | |
| 바세나르체제(WA) | 이중용도 물자 수출 통제 | ○ | × | |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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