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국보법 폐지해도 북한 안변해”

  • 입력 2004년 9월 23일 18시 49분


23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연합
23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연합
황장엽(黃長燁)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23일 국가보안법 개폐 논란과 관련해 “국보법을 폐지해봐야 북한은 하나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은 친북반미세력이 늘어나는 것을 어떻게 막아야 할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비서는 이날 오전 국회 한민족통일연구회 주최로 서울 중구 태평로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국가보안법과 한반도 안보’ 토론회에 참석해 “북한 김정일(金正日) 체제의 실체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황 전 비서는 “김 위원장의 지시 한 마디로 움직이는 북한에 국보법을 비롯한 모든 법체계는 사실상 종잇조각에 불과하므로 국보법 논란은 무의미하다”면서 “모든 일은 대상을 보고 판단해야 하며, 남한은 현 시점에서 남북의 차이를 벌리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요즘 남한이 친북반미화가 되어가고 있는데 (국가 운영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학생들이 날 때부터 친북반미세력은 아닐 테고, 결국 김 위원장의 대리인들이 학생 등에게 그런 사상을 고취시키는 것 아니냐”고 의구심을 표명했다.

그는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이 가장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인권문제인 만큼 북한을 국제적 범죄국가로 규정하고 압박해야 한반도 핵 위기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중국처럼 시장경제로 선회할 수 있느냐는 한 참석자의 질문에 “수령 체제를 포기해야 시장경제를 할 수 있는데 김 위원장은 결코 현 체제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북한은 김 위원장 이후 현 체제를 유지할 만한 후계자가 없는 만큼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황 전 비서는 또 “북한은 1993년부터 지하 핵실험에 대해 내부 보고를 하는 등 사실상 핵무기를 갖고 있으나 김일성 전 주석이 ‘미군이 한반도에 있는 한 전쟁은 안 된다’고 말한 만큼 북한의 전쟁 도발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밝혔다.

2시간 정도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한나라당의 박근혜(朴槿惠) 대표,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 등 의원 30여명이 참석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