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의 NSC’, ‘北 양강도의혹-南 핵물질실험’ 대응 미숙

  • 입력 2004년 9월 23일 18시 43분


23일로 정동영(鄭東泳)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 체제가 출범한 지 꼭 40일을 맞았다.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이 맡았던 상임위원장 역할을 ‘실세 장관’인 정 장관이 대신하고 있지만 기대했던 외교안보 담당부처간의 유기적인 협조나 각 부처의 의견을 통합해 조정하는 능력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실제 정 상임위원장 체제는 두 번의 국가안보와 관련된 도전에서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북한의 양강도 폭발징후설과 관련해 정 상임위원장은 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한 뒤 “폭발징후가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폭발을 확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후 ‘핵 실험설’ ‘미사일 관련설’ 등 일파만파로 번지는 의혹에 대해서도 속 시원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으며, 결국 ‘수력발전소 건설용 발파’라는 북측의 발표로 흐지부지 끝났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물질 실험에 대한 대응도 마찬가지. 핵문제로 인해 국제사회의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켰고, 정책결정 과정에서도 외교통상부와 과학기술부와의 불협화음을 노출시켰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

▽상호 불신=NSC 관련 부처의 불신이 첫 번째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6월 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논의할 당시 미국측 수석대표인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부차관보는 “밀도 있는 논의를 위해 양국 대표자 1명씩만 참석하는 ‘1 대 1 협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한국측은 “우리는 NSC와 외교부, 국방부 대표가 모두 참석해야 한다”며 ‘3인 대표단’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상호 불신과 무관하지 않다는 후문이다.

정부가 모델로 삼은 미국 NSC는 철저히 배후에서 부처간 사전 사후 조정을 하는 것이 원칙인 반면, 한국 정부는 NSC가 거의 모든 협상에 직접 참석하는 묘한 구조가 계속되고 있다.

7월 22, 23일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제10차 미래한미동맹회의 결과를 25일 저녁 국방부에서 브리핑했다. 비슷한 시간에 외교부에서도 같은 브리핑이 진행되기도 했다. “언론에 편의를 제공하는 차원”이라는 외교부측의 해명이 있었지만 NSC에서 “외교부에서도 브리핑을 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이중 브리핑’이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삼각구조’의 효율성=정 상임위원장 체제의 효율성 부분에 대해 정부는 “대부분의 업무는 NSC 실무조정회의나 정세평가회의 등을 통해 의견조정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상임위원회 의장이 달라졌다고 해서 NSC 체제가 불안해질 이유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NSC 상임위원장은 단순히 보고만 받는 자리가 아니다. 외교 안보 정책 판단을 통해 국익에 가장 적합한 정책대안을 수립하는 적극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NSC가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데 대해 안보 전문가들은 정 상임위원장의 능력 여부보다는 ‘삼각 구조’라는 다소 기형적인 구조가 낳은 필연적인 결과라고 지적한다. 통일부 내에 NSC 상임위원장이라는 직책을 실질적으로 보좌할 ‘손발’이 없는 사령탑인 정 상임위원장, 실질적인 조직과 정보를 장악해 손발이 있지만 ‘머리’가 아닌 이종석(李鍾奭) 사무차장, 그리고 ‘머리’도 ‘손발’도 아니지만 대통령에 대해 안보분야에 대한 자문 역할을 하는 권진호(權鎭鎬) 국가안보보좌관의 삼각구조가 유기적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통일부가 외교안보 분야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가 하는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많다”고 지적했다. 정 상임위원장의 개인적인 능력은 차치하고라도 ‘통일부가 정 상임위원장으로 하여금 적절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보좌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라는 점에 대한 근본적 회의다.

전직 장관급의 한 인사도 “대북 관련 정보수집과 분석 판단의 최고기관인 국가정보원이 대통령의 직속기관인 구조 하에서 자체정보 수집기능이 열악한 통일부 장관이 과연 통일외교안보 팀장으로서의 정책판단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이정훈(李政勳) 교수는 “미국의 NSC가 정책자문 역할을 하는 데 비해 한국의 NSC는 역할과 권한에서 지나치게 비대화하는 경향이 있다”며 “모든 부서의 의견을 종합하고 대통령이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정도로 자리매김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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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원기자 taewon_ha@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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