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5·18 묘역 운동복 참배 논란

  • 입력 2004년 8월 31일 15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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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광주 5.18국립묘지를 참배한 박근혜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의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
30일 오후 광주 5.18국립묘지를 참배한 박근혜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의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
“묘역에 참배하러 가면서 운동복 바람으로 가다니, 차라리 가지를 말든가." "진정 마음에서 우러난 참배라면 복장이 무슨 문제가 되겠나.”

창당이래 처음으로 광주 5·18 국립묘지를 방문해 단체로 참배했던 한나라당 의원들의 복장이 시비를 낳고 있다.

30일 박근혜 대표를 비롯한 의원 90여명은 광주 망월동 5·18 묘지를 참배하고 헌화 분양했다. 그런데 박 대표와 이규택 의원 등 극소수를 제외한 의원 대부분은 체육복 차림이었다.

5·18 기념재단에 확인한 결과 정치인이 체육복을 입고 참배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

열린우리당은 30일 논평을 통해 “당신들은 차례나 제사를 지낼 때, 잠옷을 입고 지내는가?”라고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네티즌들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왕 갈려면 정장이라도 하고 검은 넥타이라도 매는 것이 일반상식이다.” (박기홍)

“겉으로는 표 때문에 해야겠고, 속으로는 빨갱이 묘지에 참배하기 싫고…그 딜레마가 츄리닝으로 나타나는구나” (ibglm)

“아 정말 너무들 하는군요. 옷으로 시비를 걸려는 건 아니지만 그건 기본적인 예의입니다.” (jh0403)

그러나 한나라당과 일부에서는 이런 비난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

이정현 부대변인은 31일 동아닷컴과의 통화에서 “체육복은 연찬회 공식복장으로 서울에서부터 모든 의원들이 입고 내려갔다”며 “5·18 묘역 참배가 주 목적이었다면 예의에서 벗어난 것이지만 그것은 연찬회의 연속된 과정 중 하나였다”고 해명했다.

이 부대변인은 “최근 소속 의원 전체가 5·18 묘지를 참배한 경우는 한나라당 뿐”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한나라당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괜한 시비를 거는 것으로 대꾸할 가치조차 없다”고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5·18기념재단의 조진태 사무처장도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가 아니라 진정으로 마음에서 우러나 참배를 했다면 그깟 복장이야 무슨 문제가 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5·18은 아직 진상규명이 끝나지 않았다”며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번 참배를 계기로 5·18을 비롯한 과거사 청산, 역사 바로 세우기에 힘써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해식 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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