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풍자극 공방]“국가원수 모독” vs “연극일뿐”

  • 입력 2004년 8월 30일 1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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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30일 한나라당 의원들이 전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빗대 거친 표현을 사용한 연극을 공연한 것과 관련해 “위선의 가면을 벗어 던진 박근혜 대표의 커밍아웃(본색이 드러난) 사건”이라고 성토했다.

청와대는 이날 김우식(金雨植)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일일현안점검회의에 앞서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들 사이에 오간 발언 내용을 김만수(金晩洙) 부대변인이 그대로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한 참석자는 “제1야당 국회의원들이 직접 연극에 출연해 국가원수를 몰상식한 비속어와 욕설로 모독한 것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그동안 국민 앞에서 미소만 보여 주던 박 대표가 국가원수를 비난하는 자기 당 의원들의 연극을 보면서 웃고 박수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박 대표에게 화살을 겨눴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오전 상임중앙위회의를 열어 “인내의 한계를 넘어선 광기”라며 강력히 비난하고 한나라당의 공식 사과를 요구키로 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연극은 연극으로 봐야 하는데 여권이 과민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연극에 비속어가 등장한 것은 개인적으로 유감스럽다”면서도 “여권이 비속어만을 문제 삼아 연극 내용을 거론할수록 국민은 연극에 나온 정권의 실정(失政)을 더욱 곱씹어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두 달째 이어지는 두 당의 저질 정치 공방에 국민은 이제 신물이 날 지경”이라며 “상대에 대한 저질 비판과 정치 공방으로 잃는 것은 민생과 경제회복이고 얻는 것은 정치혐오일 뿐임을 명심하라”고 양측을 싸잡아 비판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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