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침략미화 역사교과서 채택… 한국정부 “자국중심 史觀에 유감”

  • 입력 2004년 8월 26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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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東京)도 교육위원회가 26일 일제의 아시아 침략을 미화하고 조선인 군위안부 강제 연행 등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등 국수주의적 사관에 바탕을 두고 기술된 역사 교과서를 한 공립학교용 교재로 채택했다.

내년 여름 일본의 각 공립학교가 2006∼2009년도용 역사교과서를 채택하기에 앞서 이런 결정이 내려짐으로써 내년도에 왜곡된 역사교과서를 채택하는 학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도교육위는 이날 오전 회의를 열고 내년 4월 개교하는 다이토(臺東)구의 한 도립 중고교용 역사교과서로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만든 후소샤(扶桑社)간행 역사 교과서를 채택했다.

이 역사 교과서는 △신화를 역사적 사실로 기술해 천황 숭배를 강조하고 △태평양전쟁을 ‘대동아전쟁’이란 군국주의시대 용어로 호칭하며 △일제의 아시아 침략을 일본이 아시아민족 해방을 위해 싸운 전쟁으로 미화한 데다 △일제 식민지 지배와 침략, 가해 사실을 은폐하는 등 왜곡된 역사를 기술하고 있다.

왜곡된 역사교과서를 채택하지 말자는 운동을 벌여온 일본의 시민단체 ‘아동과 교과서 전국네트 21’은 이날 성명을 통해 결정을 즉시 철회하고 교사, 보호자, 시민, 교육관계자 등의 의견을 종합해 다시 채택할 것을 도교육위에 강력하게 촉구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도쿄도 교육위가 자국 중심적 사관에 입각해 과거의 잘못을 합리화하고 있는 후소샤 교과서를 채택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외교통상부 신봉길(申鳳吉) 대변인은 이날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이는 (일본의) 젊은 세대에게 그릇된 역사관을 심어 줄 수 있으며 나아가 과거에 대한 반성 위에 진정한 선린우호관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에도 지장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신 대변인은 이어 “우리는 일본이 스스로 과거를 직시하고 역사 인식 문제 해결을 위해 지혜를 찾는 노력을 보다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음을 거듭 강조한다”고 말했다.

한편 신 대변인은 “우리 정부는 일본의 많은 학부모 지식인 시민단체들이 후소샤 교과서 채택의 부당성을 널리 알리고 일본의 양식을 지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온 데 대해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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