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여당 간담회서 성토

  • 입력 2004년 7월 2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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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업인들이 전과자처럼 된 게 사실 아니냐.”

열린우리당이 26일 오후 마련한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단과의 간담회는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 홍재형(洪在馨) 정책위의장은 이날 ‘경제 주체 릴레이 간담회’에서 중소기업인들의 질책을 받고 당혹감을 표했다.

특히 중소기업 대표들은 정부의 단체수의계약 제도 철폐 움직임을 원색 비난했다.

권국범 자동제어협동조합 이사장은 “우린 하루를 견디기 어려운데 감사원이 6개월에 걸쳐 단체수의계약 제도에 대해 감사를 실시하고 갑자기 발표해 허탈감과 배신감까지 느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현도 중기중앙회 자문위원장은 “정부와 감사원이 마치 우리가 도덕적 불감증에 걸린 집단으로 만든 게 현실”이라고 거들었다.

김용구 중기중앙회 회장도 “현 시점에서는 중소기업 경영안정과 기술혁신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라며 “단체수의계약 제도와 관련해 전윤철(田允喆) 감사원장처럼 중소기업들을 피하지 말고 만나서 사정을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이와 함께 주대철 중기중앙회 공동사업운영위 부위원장은 “우리 기업인들이 마치 일본 사람인데 한국에서 기업한다는 착각이 든다”며 “앞으로 중소기업 8만여 업체가 6개월을 못 넘기고 도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창한 대한민국가구연합회 회장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집권하면 중소기업을 잘 보살필 것으로 생각했다”며 “단체수의계약 제도가 없어지면 중국으로 (공장을 옮겨)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천 대표는 “경제라는 게 법으로만 되는 게 아니다”며 “질책하는 것은 좋지만 고임금 구조를 뚫고 나갈 구체적인 정책 방안에 대해 노력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노동자 한 명을 월 6만∼7만원에 고용할 수 있는 개성공단으로의 진출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기업인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홍 의장은 단체수의계약 제도에 대해 “폐지를 1, 2년 유예하면서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을 돕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이르면 내년 7월 이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최근 정부 발표를 사실상 뒤집은 것이어서 향후 당-정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열린우리당은 27일에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와 외국인직접투자(FDI) 관련 간담회를 갖고 노동계에 대한 정부 대책을 놓고 토론을 벌일 계획이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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