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4년 7월 26일 16시 48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열린우리당은 연일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대표의 사상전 공세 제기를 '낡은 정치의 전형'라고 몰아붙였다. 한나라당은 여권의 공세를 '역(逆)색깔론'으로 맞받아치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정체성 혼란을 집중 공격했다.
▽열린우리당, "사상논쟁은 낡은 정치의 전형"=열린우리당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26일 한나라당이 주도하는 국가 정체성 공세에 쐐기를 박았다.
천 원내대표는 이날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야당이 국가 정체성이니 하면서 사상 논쟁을 하자는 것은 옳지 않다"며 "박 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대통령이 답할 차례'라고 말하는데, 이는 대통령을 정쟁에 끌어들이려고 하는 낡은 정치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데 정치권에서 사상 논쟁이나 벌이면 되겠느냐"라며 "박 대표와 한나라당이 우리를 정쟁의 수렁으로 끌어가려 해도 끌려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명숙(韓明淑) 상임중앙위원도 "최근 야당이 제기한 사상논쟁, 색깔론, 신행정수도 건설 논란 등이 국론분열로 이어진 측면이 많다"며 "한나라당은 정쟁이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정당의 면모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현미(金賢美) 대변인은 박근혜 대표의 부친인 고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의 과거사 문제를 끄집어냈다.
김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 반대자라는 이유와 이른바 '막걸리 보안법'으로 사형과 고문을 하고, 직장에서 쫓아내고 수십 년간 거리를 전전하게 했던 데 대해 박 대표가 TV에 나와서 '죄송하다'는 말로 사과가 됐다고 생각한다면, 인간이 감내해야 삶의 무게를 너무 가볍게 본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여권의 공세엔 정치공작 냄새"=휴가 중임에도 서울 염창동 당사에 들른 박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노 대통령의 정체성 혼란을 거듭 비판했다.
박 대표는 "국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노 대통령에게 '간첩을 민주화인사라고 한 정부가 민주주의 정부냐' '북한 경비정의 NLL(북방 한계선) 침범에 대해 재발방지 요구도 못한 데 대한 입장이 무엇이냐'고 물었으나 대답을 못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과거가 어떻고, 박 전 대통령이 어떻다는 얘기를 자꾸 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치권 일각에서 박 전 대통령의 과오에 대한 자신의 사과 요구에 대해선 "20년간 줄곧 사과하지 않았느냐"며 "그렇게 사과해왔는데 또 사과하라고 하면 사과하면 되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느냐"고 말했다.
이날 주요당직자회의도 여권의 공세에 대한 성토장으로 변해버렸다.
김형오(金炯旿) 사무총장은 "노무현 정권이 유신 체제까지 박 대표에게 직접 대입시키는 것을 보니 여권의 과거사 진상 규명이 결국 박 대표를 겨냥한 '표적규명'이자 정적(政敵) 흠집내기임이 드러났다"며 "열린우리당 중진들이 저급한 표현으로 싸움을 거는 것을 보니 '제2의 병풍(兵風)'같은 정치공작적 냄새가 난다"고 비판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이훈기자 dreamland@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