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2기체제]與 “독재-反민주 부친한계 극복해야”

  • 입력 2004년 7월 20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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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시대는 반민족 반통일 반인권의 시대였다. 박근혜 대표는 아버지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열린우리당 배기선 의원 등)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데, 돌아가신 분과 싸우겠다는 것이냐.”(박근혜 대표)

열린우리당이 20일 당 중진 모임인 기획자문위원회의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깎아내리는 발언을 쏟아내자 박 대표가 이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등 여야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열린우리당 김한길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벌거숭이 박정희’라는 책을 거론하며 “책을 보면 박 전 대통령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데 만주군관학교에 그냥 간 게 아니다”며 운을 뗐고 임채정(林采正) 의원은 “산업화 시대 고도성장을 이뤘지만 엄청 많은 부작용이 있었다”고 꼬집었다.

원혜영(元惠榮) 배기선(裵基善) 의원 등도 “독재와 권위주의 반민주주의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며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회의 내용을 브리핑한 민병두(閔丙두) 기획위원장은 영화 ‘아버지의 이름으로’를 인용하며 “박 대표가 진짜 크려면 아버지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고 친일 청산 독재시대 극복에 대한 프로그램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박 대표도 작심한 듯 자신과 선친을 겨냥한 여권의 공세를 반박했다.

그는 이날 염창동 당사에서 가진 취임 기자회견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여권의 공격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야당 대표를 상대로 하지 않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그는 “툭하면 내가 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있다는 것도 그렇다. 내가 질문받기 전에 먼저 박 전 대통령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느냐”고 반문한 뒤 “나는 일부러라도 이야기하지 않는 데 거꾸로 열린우리당은 후광을 받고 있다면서 계속 아버지 말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총선 때부터 지금까지 엄청난 비방과 흑색선전을 해 왔지만 내가 그런 것을 언급한 적 있느냐”면서 “스위스 은행에서 박 전 대통령의 부정자금이 내게 유입됐다는 비방은 너무 무책임해서 바로잡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대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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