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홈페이지, 비판언론 공격에 ‘풍문’까지 동원

  • 입력 2004년 7월 13일 1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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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홈페이지(www.president.go.kr)를 통해 인터넷 뉴스레터 형식으로 매일 발간되는 ‘청와대 브리핑’. 품위를 잃은 자극적 표현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www.president.go.kr)를 통해 인터넷 뉴스레터 형식으로 매일 발간되는 ‘청와대 브리핑’. 품위를 잃은 자극적 표현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다.
‘정치적 선동에 버금가는 논평’, ‘저주의 굿판을 걷어치워라’, ‘터무니없는 중상음해’….

청와대 홈페이지(www.president.go.kr)를 통해 인터넷 뉴스레터 형식으로 매일 발간되는 ‘청와대 브리핑’에 등장한 대(對)언론 비판의 표현들이다. 정치권에서도 여야간 공방이 치열할 때나 들을 수 있는 공격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이 국정 최고의 권력기관인 청와대 소식지에 버젓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언론 보도에 대한 청와대 브리핑의 대응은 해명과 반론의 수준을 넘는 것은 물론 사실 왜곡조차도 서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청와대 브리핑은 9일자에 ‘저주의 굿판을 걷어치워라’는 제목의 글을 실으면서 1977년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의 임시행정수도 구상에 대한 본보 보도와 관련해 사실을 왜곡했다(본보 13일자 A5면 참조). 또 12일자에서는 “일부 언론이 사실을 비트는 왜곡 등으로 정략에 따라 사실을 취사선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21일자에서는 수도 이전에 관한 언론보도를 겨냥해 “일부 언론이 정략적 접근에 기울어 2002년 대선 당시의 정략적 보도가 재연되고 있다”고, 같은 달 18일자에서는 “정치적 의도의 냄새가 짙게 느껴진다”는 등 거친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청와대 브리핑의 공격은 온라인매체라고 예외가 아니다. 한미관계가 나빠지면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요지의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보고서를 7일자에 게재한 것을 비판한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에 대해서는 “대화와 토론을 거부한 엇나간 사고”라고 매도했다.

지난달 30일자에서는 조선일보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관련 보도에 대해 “이번 보도는 NSC 폐지를 지속적으로 쟁점화해 관철하려고 한다는 풍문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며 항간의 ‘풍문’을 근거로 언론을 공격하기도 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외국의 주요 기관들도 번역해 참고할 정도로 대통령과 청와대를 전 세계에 알리는 ‘창(窓)’ 역할을 하고 있는 청와대 홈페이지에 이런 거친 표현이 횡행하는 데 대해 국제적 망신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현 정부가 천명한 ‘언론과의 긴장관계’ 정책이 대언론 공격 일변도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은 통계로도 입증된다. 실제 현 정부가 출범한 2003년에 국가기관 및 공공단체가 제기한 언론중재 신청 건수는 2002년의 65건에서 224건으로 무려 3배 이상 늘어났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사회적 약자의 언론피해 구제 수단이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 정부의 언론에 대한 ‘전략적 봉쇄’의 수단으로 변질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들어서는 5월까지 98건이 제기돼 전체 신청 건수의 35.8%를 차지했다. 이 중에는 사실이 아닌 것을 보도했다는 이유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에 대한 논평과 비판을 대상으로 한 것도 적지 않다. 최근 재정경제부는 지난달에 무려 15건의 언론중재신청을 냈는데 여기에는 경제위기를 지적하거나 경제정책을 비판한 칼럼과 사설까지 정정 또는 반론보도의 대상이 됐다. 이런 정부 대응의 원형(原型)은 바로 청와대다.

청와대는 그동안 보도내용에 사소한 잘못만 발견되더라도 언론사를 상대로 중재신청이나 소송을 남발해 왔다. 그런 청와대가 허위 사실을 공표해 본보의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드러난 만큼 법적인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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