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군사력증강 잰걸음…‘잠재적 위협’ 반경 커지나

  • 입력 2004년 7월 4일 18시 51분


미국의 한반도 내 스텔스 전폭기 배치와 일본의 전력 증강, 중국과 대만간의 갈등을 계기로 한반도 주변 동북아 지역이 군비경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있다.

▽미국 일본의 전력 증강=지난달 29, 30일 미군은 군산 비행장에 F-117 스텔스 전폭기 10여대를 배치했다. 스텔스기 대대는 9월까지 한국에 머물며 한반도 작전계획을 익힐 예정이다.

스텔스기 대대는 하룻밤 새 북한 군사시설 100여곳을 정밀 폭격하고 공중급유를 통해 작전반경을 중국 본토까지 확대할 수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이번 훈련이 주한미군 전력증강사업(110억달러 규모)의 일환인 만큼 앞으로 정례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주한미군 감축에 따라 주일미군의 역할이 커지는 것에 맞춰 자위대의 역할 확대를 꾀하고 있다. 올해 항공기 10여대를 탑재하는 대형 해상수송함을 발주했다. 또 추가 도입키로 한 대잠초계기는 작전반경이 서태평양 전역에 이른다.

▽한국 대만의 자주국방=한국은 2005년부터 2008년까지 4년간 모두 95조4000억원을 국방 분야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는 2001∼2004년 국방예산의 1.4배로 이지스함 공중조기경보기 공중급유기 잠수함 정찰위성 등의 전략무기들이 도입 대상이다.

대만은 이달 초 올해 국방예산의 230%에 달하는 21조원 규모의 특별 방위예산을 발표했다. 대만은 이를 통해 미국 패트리엇 미사일 388기, 잠수함 8척, 이지스함 1척 등을 도입할 방침이다.

▽북한 중국 러시아의 대응=북한은 재래식 무기 대신 핵 및 탄도미사일에 매달리고 있다. 대포동 1호 미사일의 사거리는 당초 국방부의 추정보다 50% 이상 긴 2500km 안팎에 이르고 대포동 2호의 사거리는 1만km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수호이-27, 수호이-30MKK 등 첨단 전투기를 매년 수십대씩 구매하는 한편 대만을 겨냥한 단거리 미사일의 수도 꾸준히 늘리고 있다. 항공모함 공격용 구축함, 공중조기경보기, 신형 잠수함 등 중국의 전략무기는 대만의 군사력을 뛰어넘는 수준이어서 미국과의 군사적 충돌에 대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달 중순 연해주에서 ‘기동 2004’로 불리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하며 동북아 군비경쟁에 뛰어들었다. 이 훈련에서 유럽지역 러시아군은 수송기를 타고 극동으로 신속 배치됐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국내 군사전문가는 “군비경쟁은 ‘얼마나 빨리 군사력을 키우느냐’하는 ‘시간’의 문제”라며 “주한미군 감축 등 미군의 세계화 전략 일정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동북아 군비경쟁의 속도도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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