駐日 이라크대리대사 “친구의 나라 한국국민에 죄송”

  • 입력 2004년 6월 25일 18시 53분


“죄 없는 민간인을 살해한 행위는 평화를 사랑하는 이슬람 정신에 대한 모독입니다. 한국 국민과 정부, 유족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사에르 A 사베트 일본주재 이라크 대리대사(41)는 김선일씨 피살에 대해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잔혹한 행위가 이라크에서 일어난 데 대해 깊은 슬픔과 분노를 느낀다”면서 “‘친구의 나라’ 한국 국민에게 애도의 뜻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한국에는 이라크대사관이 설치돼 있지 않다.

그는 “이라크 정부와 국민은 김씨의 억울한 죽음에 분노하고 있다”면서 “테러리스트들의 행위는 이라크인의 자존심과 이슬람의 명예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고도 했다.

―누가 이런 만행을 저질렀다고 보는가.

“지금 이라크 국경은 누구도 통제를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외국 테러리스트들이 속속 이라크로 집결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들의 목표는 과도정부의 이라크 정상화 노력을 실패로 만드는 것이다. 범인의 정체는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행위가 이슬람 교리나 이라크 국민의 관습에 배치된다는 점이다.”

―일본인 인질은 석방됐는데 김씨는 피살된 것을 한국국민은 안타까워한다.

“아마 납치를 주도한 조직이 달라서일 것이다. 지금 이라크는 각각의 무장세력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혼란 상황이다. 인질 처리 방식도 제각각이다. (일본인) 인질을 풀어줬지만 요구 사항인 자위대 철수에서 성과가 없었던 점이 그들을 자극했을 수도 있다.”

―한국에선 이라크 추가파병을 둘러싸고 찬반 여론 대립이 심각한데….

“나시리야에 파견된 한국군이 의료봉사 활동으로 현지 주민들의 환영을 받는다고 들었다.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어려운 이라크를 돕고 있는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 한국군의 인도 및 부흥지원 활동은 이라크 재건을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테러리스트들이 모든 외국군을 미군의 앞잡이로 몰아붙이며 공격을 공언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는 “파병은 고맙지만 군대를 보낼 때는 위험한 상황에 대해 충분히 대비하기 바란다”고 충고했다.

―이달말 이라크 과도정부로 주권이 이양되는데 전망은….

“이라크 정부는 무엇보다 치안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라크의 자체 치안조직이 강화되고 미군이 점진적으로 철수하면 테러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사베트 대리대사는 “지금도 매일 10명 이상의 어린이와 주민이 이유도 모른 채 목숨을 잃고 있다”며 “빨리 이라크가 안정을 되찾아 양국 국민이 자유롭게 오가며 관광을 즐기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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