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일씨 친구에 e메일… 지난달 30일로 끊겨

  • 입력 2004년 6월 24일 00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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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정말로 여기에 있기가 싫다. 하루 빨리 한국에 가고 싶은데…. 정말로 가고 싶다. 정말로….”

이라크 무장단체에 피살된 김선일씨(34)가 지난달 8일 친구 심성대씨(35)에게 고국을 그리며 보낸 e메일의 한 대목이다. 심씨는 23일 “고인이 느끼고 생각했던 절절한 사연이기에 그대로 올린다”며 김씨와 한 달간 주고받은 세 통의 e메일을 공개했다.

김씨는 지난달 8일자 e메일에서 “한국인들이 거의 다 떠나가고 교회팀도 떠나간 요즘, 회사 직원 다섯명이 3주째 조촐하게 예배를 드리고 있다”고 적었다.

그는 지난달 15일 “5월 말이나 늦어도 6월 초쯤 약 20일간의 일정으로 휴가를 갈 예정”이라며 “너와 보혜가 보고 싶고, 김치하고 자장면 그리고 보혜가 해 주는 음식들을 배가 터지도록 먹어보고 싶다”고 썼다.

김씨는 고국 음식과 일상생활에 대한 그리움을 “아…벌써 군침이…. 그리고 도착하는 첫날에 바로 찜질방으로 가도록 하자”고 표현했다.

“어제 저녁에 사장님과 개인적으로 대화를 하면서 휴가를 갔다 오면 12월 말경 혹은 1월 초까지만 일을 하겠다고 했다. 나의 앞날에 대한 것도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심씨에게 이처럼 자신의 계획을 털어놓기도 했다.

김씨는 또 “이곳에서 약자에 대한 마음도 어느 정도 몸으로 체득하게 됐고…. 소름끼치는 미군의 만행을 담은 사진도 가지고 갈 거다. 결코 나는 미국인 특히 부시와 럼즈펠드, 미군의 만행을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미국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김씨가 보낸 마지막 e메일에는 “요즘 휴가날짜 때문에 달력을 더욱 더 자주 보게 된다. 한국에 가면 네가 원하는 맛난 것은 어떤 것이든지 사줄게. 기대하고 있어라”고 적었다. 이 마지막 e메일을 보낸 시점은 지난달 30일 오후다.

정부의 발표대로라면 김씨는 e 메일을 보낸 하루 뒤 납치된 셈이다.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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