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선 성탄트리 - 佛像도 치운다

  • 입력 2004년 6월 11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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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나와라, 여기는 한라산.”

앞으로 서해상의 남북한 해군간 무선통신 주파수가 일원화되면 남측 해군은 북측 함정을 이런 방식으로 호출하게 된다.

남북한은 11일 개성 자남산 여관에서 남북장성급군사회담의 실무접촉을 이틀째 갖고 남북 해군간 무선호출 부호에 남북의 대표적 명산 이름을 붙이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또 무선통신에 장애가 발생할 경우 육안으로 식별하면서 통신하기 위한 8가지 수신호 방식에 대해서도 의견을 접근시켰다.

이번 실무접촉에서 남북은 육상 군사분계선(MDL)에서의 선전물 제거 문제와 관련해 ‘휴전선 일대에서 양측의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것은 없앤다’는 원칙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남측은 북측을 향해 북한 전역의 일기예보를 표시하던 전광판과 댄스그룹 코요태의 ‘불꽃’과 같은 남측의 최신가요를 틀던 확성기를 철거할 예정이다. 반면 북측은 ‘오라 북으로’ 등 정치적 구호가 쓰인 초대형 전시물을 치우고,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찬양하는 민요 방송도 중단케 된다.

북측이 이번에 선전물 제거에 쉽게 동의한 것은 골칫거리인 남측 전광판이 없어지기 때문. 일부 북측 병사는 2002년 월드컵 당시 남측의 득점 상황을 문자로 중계한 전광판을 지켜보다 ‘한국팀이 1골을 넣었다’는 자막이 뜨면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남측 사병들의 종교생활을 위한 초대형 불상(佛像), 크리스마스 트리도 ‘산 너머 후방’으로 옮겨질 전망이다. 정부는 이 시설이 대북 선전용은 아니지만 북측 사병의 눈에 띄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서 최전선에는 두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이런 조치가 완성되면 휴전선은 ‘적막강산’이 돼 병사들이 다소 지루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남북은 이 같은 원칙엔 합의했지만, 양측 해군 함정의 우발적인 무력충돌 방지 조치가 우선이라는 남측과 확성기 철거가 우선돼야 한다는 북측의 주장이 맞서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채 회담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남북한이 비무장지대의 각종 선전물을 철거하기로 원칙적인 합의를 함에 따라 비무장지대가 적막강산으로 변할 전망이다. 휴전선 북측 지역의 선전문구와 확성기(왼쪽) 및 남측 지역의 전광판(오른쪽) 등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모든 선전물이 철거대상이다.-사진제공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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