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재보선]‘김혁규 카드’ 빛바래나

  • 입력 2004년 6월 6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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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지명 문제는 나에게 맡겨 달라.”

6일 재·보선 패배에 따른 당 수습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회에서 김혁규(金爀珪·사진)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김 의원은 영남지역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 문제에 대해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착잡한 표정이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청와대는 그동안 재·보선 결과와 총리 지명은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해 왔다. ‘김혁규 카드’는 국정 2기에 필요한 CEO 총리로서의 적격성, 경제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선택이었지 ‘재·보선용’은 아니라는 논리였다.

그럼에도 김혁규 카드는 대단히 불투명하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김혁규 카드 자체가 영남에 교두보를 구축하려는 여권의 장기 프로그램 일환이었고 이번 재·보선은 그 첫 시험대였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도 최근 “김혁규 카드로 부산 경남 중 한 곳에서 이길 것 같았으면 선거 전에 총리 지명을 밀어붙였을 것이다. 가능성이 낮아 선거 전 지명을 보류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총리후보 지명 시기를 늦추기로 한 것도 여권 핵심부의 복잡한 심사를 반영하는 대목이다. 여기에다 재·보선 승리로 힘을 얻은 한나라당의 한층 거세질 ‘배신론’ 공세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CEO 총리론과 지역주의 극복을 내세워 김혁규 카드를 고수할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실제 열린우리당 일각에서는 총리 지명 문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종걸(李鍾杰) 원내 수석부대표는 “재·보선과 관련된 카드는 아니었기 때문에 당초의 생각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달라지면 달라지는 대로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다”며 “노 대통령이 여러 의견을 수렴하지 않겠느냐”고만 말했다.

당내에서는 금명간 노 대통령과 김 의원 두 당사자가 직접 만나 총리 문제를 최종적으로 매듭지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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