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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6월 3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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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김혁규 카드를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다. 여전히 김 의원을 유력한 총리 후보로 생각하고 있다는 게 청와대의 분위기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노 대통령의 인식에 차츰 변화가 일고 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당초에는 김 의원을 유일한 총리 후보로 꼽고 강하게 집착했으나 지금은 여러 명의 후보군 중 유력한 후보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차하면 미련 없이 포기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혁규 카드의 변화 가능성은 검증 과정에서 중대한 하자가 발견됐기 때문은 아니다.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 관계자는 “김 의원에 대한 검증 결과 결격사유가 될 만한 특별한 문제점은 나타나지 않았다”며 “한나라당 쪽에서 흘러나오는 여러 가지 설(說)도 나름대로 확인해봤으나, 대부분 음해성 소문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변화의 출발점은 노 대통령이 김혁규 카드를 통해 이루려 했던 의도와 실제로 나타나고 있는 현실 사이의 괴리 때문인 듯하다. 노 대통령은 최고경영자(CEO)형 도지사 출신의 총리 기용을 통해 민생경제 회복에 주력한다는 상징적 효과는 물론 부산 경남지역의 민심을 얻어 지역구도의 극복도 노리는 양수겸장의 카드로 김 의원을 선택했다.
그러나 막상 정치적 논란만 커지고 있는데다 부산 경남지역은 물론 전반적인 여론도 썩 호의적이지 않은 형편이다.
국회 상황도 위험부담이 커지고 있다. 열린우리당 의원 2명이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돼있는 상황이어서 실제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의원은 곧 당적을 버려야 할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 내정자까지 꼭 과반선인 150명이다. 표결 때 2, 3명의 반란표만 나와도 집권2기 초반부터 정치적 치명상을 입는 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
그래서 청와대측은 예기치 못한 사태에 대비한 대안모색에 나서고 있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대안으로 거론되는 인사에 대해 “이미 여러 명의 총리 후보자 파일을 갖고 있다”며 “이들은 당쪽 인사가 아니며, 새로 검증할 필요가 없는 인사들”이라고 전했다.
현 내각의 이헌재(李憲宰) 국무총리 직무대행과 오명(吳明) 과학기술부 장관이 대안으로 떠올라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만약 노 대통령이 이 대행이나 오 장관 쪽으로 마음을 바꿀 때에는 개각 폭도 장관 교체가 기정사실화된 통일, 보건복지, 문화관광부 등 3개 부처에서 더 확대될 수밖에 없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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