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총정치국 강연자료 내용…국경군인 기강해이 심각

  • 입력 2004년 6월 2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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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가 국내의 한 탈북자단체로부터 입수한 북한 국경군인용 강습제강(강연자료) 표지.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에서 발행한 이 대외비문건은 국경경비대원들의 기강해이를 막기 위한 부대강연회에 사용되는 자료다.
본보가 국내의 한 탈북자단체로부터 입수한 북한 국경군인용 강습제강(강연자료) 표지.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에서 발행한 이 대외비문건은 국경경비대원들의 기강해이를 막기 위한 부대강연회에 사용되는 자료다.
북한이 압록강과 두만강 국경에 철조망을 치려는 것은 국경 경비대가 부패해 탈북행렬을 막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본보는 국내 탈북자 단체를 통해 ‘북한군 총정치국’이 발행한 대외비 문건 ‘국경 군인들을 위한 강습제강(강연자료)’을 입수했다. 이 문건을 보면 국경에 철조망을 치려는 저간의 사정이 짐작된다.

▽무너지는 군 기강=문건은 “(군인들이) 이웃나라(중국을 지칭)의 일부 화려한 표면상을 두고 머리를 기웃거리고 무턱대고 제 나라의 것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어 △돈과 물건에 현혹돼 상대측 나라 사람들에게 비굴하게 행동하고 △북한을 헐뜯는 험담이나 모욕적 행위를 막지 못하고 있으며 △나라의 재부(자원)가 빠져나가는 것을 가슴 아파하지 않고 월경도주자(탈북자)를 돕고 있는 현상 등을 사례로 꼽았다.

특히 “이웃나라에 비법(불법) 월경하거나 너절하게 이웃나라 사람들의 물건을 훔쳐 와 우리를 비방할 수 있는 언질을 주고 있다”며 국경경비대 군인들이 중국 민가를 털고 있음을 시인했다.

문건은 “일부 군인들의 그릇된 행동으로 이웃나라 주민들이 인민군대를 우습게 여기고 입에 담지 못할 말까지 망탕(마구)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릇된 행동으로는 △단속자들을 불법 억류해놓고 돈과 물건을 바쳐야 놓아주며 ▽이웃나라 사람들이 빤히 바라보는 강둑에서 모자도 없이 군복을 풀어헤치고 건들건들 돌아다니는 것 등을 들었다.

▽공공연한 국경밀수=문건에는 “한 부대에서는 이웃나라의 리모라는 자가 20∼25세 사이 여자를 넘겨주면 돈을 주겠다고 하는데도 이를 묵과해 다음날 다시 흥정하러 오게 했다”고 밝혀 인신매매가 공공연히 자행됨을 인정했다.

이어 “기계부속품을 팔다 못해 동물원에서 기르던 곰까지 산 채로 넘겨주는 등 불법행위들이 자행되고 있지만 군인들은 ‘밀수군(꾼)이 있어야 담배 한갑이라도 얻어 피울 수 있다’며 뇌물을 받고 단속자들을 놓아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문건은 “민족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자들에게 단호한 타격을 주되 국경조약에 어긋나게 마구 총을 쏘지는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상침투에 대한 불안=문건은 “적들은 ‘자유아시아방송’과 ‘옌볜텔레비전방송’ 등을 통해 개혁과 개방에 대해 집요하게 설교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방송 차까지 끌고나와 개혁 개방을 해서 흰쌀밥에 고깃국을 먹으라고 지껄여댔다”며 “국경지대는 가장 치열한 계급투쟁의 전초선”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또 “거의 매일같이 남조선 괴뢰 정보원 놈들의 꼬임을 받은 이웃나라의 일부 불건전한 자들이 배를 타고 나와 과자봉지와 양말을 던지고 이를 줍는 우리 사람들의 사진을 찍는다”며 군인들의 경각심을 촉구했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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