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원가 공개해봤자 국민들도 잘 모르고….”

  • 입력 2004년 6월 2일 16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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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전에는 모르셨다고요? 분양원가를 공개해도 주택가격 낮추는데 도움이 안돼 공개할 수 없다는 얘기가 주택업계와 건설교통부에서는 총선 훨씬 전부터 나왔는데, 열린우리당에서 이걸 몰랐다는 겁니까”

안병엽 열린우리당 제3정책조정위원장의 ‘동문서답’에 손석희 아나운서와 네티즌들이 화났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지난 총선 공약인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사실상 재검토 하기로 한 가운데,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은 2일 안병엽 위원장과 이 문제에 대해 전화 인터뷰를 했다.

▽“통 무슨 소린지….”▽

진행자인 손 아나운서는 먼저 분양원가 공개 공약을 번복한 배경에 대해 물었다.

안 위원장은 “분양원가를 공개해봤자 개인들이 이에 대한 전문지식도 없고 잘못된 것을 분석하기도 어려워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된다”며 “원가공개보다는 원가연동제를 통해서 가격을 승인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가격을 떨어뜨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손 아나운서가 “총선 전에도 그런 내용을 알았는가”라는 질문에 안 위원장이 “총선 전에 우리는 몰랐죠. 몰랐는데….”라고 대답하면서 발생했다.

손 아나운서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총선 전에 몰랐다고요?”고 거듭 묻자, 안 위원장은 “예”라고 짧게 답한 뒤, “원가연동제라는 것을 우리는 몰랐다. 원래 (공약)안을 만들 때 원가공개에 대한 문제점 지적은 많았지만….”이라고 얼버무리기 시작했다.

이후 안 위원장의 답변은 꼬여만 갔다.

그는 “우리나라의 아파트 가격은 사전에 가격을 공개하고 거기다가 1년이나 1년 반 안에 집을 지어 가지고 들어간다. 설령 분양원가 공개를 했더라도 입주하는 사람이 그 분양가가 적정한지 아닌지에 대한 전문적인 능력이 없고, 건축주도 굉장히 불안정한 경영상태로 쭉 가게 된다. 차라리 정부가 분양가격을 사실상 지정하는 상태가 되면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듣다 못한 손 아나운서는 “위원장님! 대단히 죄송하지만 듣고 나서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사태를 수습하려는 듯 “원가 분석이라는 것은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여러 가지 전문적인 숫자가 많이 들어가 있다는 그런 얘기다. 공인회계사나 전문가가 아니면 공개를 해도 도움이 안 된다”는 말만 계속 반복했다.

그는 또 “25.7평 이상의 경우 개발이익을 채권입찰제를 통해서 상당 부분 회수한다는 방침을 세웠던데, 그렇게 하면 주택업자들의 투자의욕을 꺾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도 “뭐가요?” 라는 질문만 되풀이,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했다.

결국 이날 인터뷰는 속 시원한 답변 한번 듣지 못한 채 끝나고 말았다.

손석희 아나운서는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많다”며 “무엇보다도 열린우리당이 총선 때에 분양원가공개를 공약으로 내 걸었는데 이게 빌 공(空)자가 돼 버렸다는 것에 대해서 분명한 해명이 있어야 된다”는 말로 이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네티즌들 “무식한 국민은 잔말말고 돈만 내라?”▽

그러나 방송이 나간 후 MBC의 시청자 게시판과 열린우리당 게시판에는 네티즌들의 비난 글이 넘쳐났다. 이들은 “방송듣고 아침부터 혈압 올랐다”며 분노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박세정(TOSUNE68)씨는 “아파트에 들어가는 원가는 정부가 다 알아서 할테니 무식해서 잘 모르는 국민들은 군소리 말고 돈만 내라는 소린데, 그런 말을 총선 전에는 왜 못했냐”며 “안병엽씨는 총선 후에 들어온 사람인가. 여당의 정책을 구상하는 분 맞느냐”고 성토했다.

유준석(SANGTONGIN)씨도 “시대가 지나도 공약은 空約”이라며 “한 국가의 책임 정당이 정책공약을 내면서 나 같은 무식한 사람도 다 아는 사안조차 검토하지 않았다는 데 실망을 금할 길이 없다. 국회도 유럽의 수준 높은 국가에서 빌려왔으면 좋겠다”고 비난했다.

김태용(OEGOEG)씨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며 “손 아나운서는 ‘무식한 국민들이 당신네 정치인들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고 꼭 전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원가연동제(주택분양가 원가연동제)란?▼

주택법에 의하여 분양하는 주택의 분양가격을 원가에 연동시키는 방법. 민영주택, 재개발 또는 재건축 주택으로써 일반에게 분양하는 주택 및 민간사업자가 건축하는 국민주택의 분양가격을 택지비와 건축비의 합계액으로 하되, 택지비는 감정평가가격 또는 법인 장부상 가격으로, 건축비는 사업시행자의 적정이윤을 포함해 건설교통부 장관이 고시한 금액으로 하는 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방법을 말한다. 즉, 그동안 실시해오던 분양가 자율화 조치 대신 정부에서 분양가를 규제하는 방식이다.

▶‘손석희 시선집중’ 안병엽 위원장 인터뷰 전문

최현정 동아닷컴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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