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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30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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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규(金爀珪) 전 경남지사를 새 총리후보로 지명하려는 데 대한 한나라당의 반대 움직임을 조목조목 반박하다가 “할 수만 있다면 1990년 3당 합당을 정상적인 정치구조로 복원하는 게 좋겠다”며 ‘희망사항’처럼 불쑥 말했다.
3당 합당 당시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이 이끌던 통일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으로 민자당 합류를 거부했던 노 대통령은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3당 합당 이전 정치구도의 복원’을 외쳐왔다.
대통령후보였던 2002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YS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던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 전 의원을 부산시장 후보로 영입하려 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이날 노 대통령의 언급을 새로운 정계개편의 신호탄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실제 ‘연합’의 상대편이 없다. 4·15총선을 거치면서 옛 민주계는 완전히 몰락했다. 현재 한나라당에 남아 있는 민주계 출신은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 김무성(金武星) 정병국(鄭柄國) 의원 정도에 불과해 정치 세력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했다. 노 대통령 자신도 이날 민주대연합 얘기를 꺼내면서 “지금 가능성은 없어졌다”는 전제를 달았다.
결국 노 대통령의 발언은 김 전 지사의 총리 지명을 위한 명분 축적용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YS의 문하생인 김 전 지사에 대한 총리 지명이 갖는 ‘동서화합’의 의미를 부각시킨 것이다.
동시에 옛 민주계의 핵심인사인 김 원내대표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계라는 ‘한 뿌리’에서 나온 김 원내대표가 앞장서서 김 전 지사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민주대연합 발언에는 또 다른 정치적 함의(含意)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 있게 나온다. 표현은 민주대연합이라고 했지만 결국 영남을 겨냥한 ‘제2의 동진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노 대통령은 이날 “전국에서 고른 지지를 얻어 전국정당이 되는 것이 열린우리당의 대의이며 이를 위해 정부 주요직에 전국의 여러 지역 인재를 고루 안배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으로서 갖고 있는 인사권을 십분 활용해 영남 인사를 중용함으로써 이번 총선에서 넘지 못한 ‘동쪽의 철벽’을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다. ‘김혁규 총리’ 카드는 그런 전략적 포석의 핵심이 되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민주대연합論은▼
1987년 대선후보 단일화 실패로 갈라진 정치권 내의 민주세력, 즉 상도동계와 동교동계의 연대론을 말한다.
98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집권 직후 문희상(文喜相) 당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지역주의 극복과 영남 공략 차원에서 한나라당 내 민주계와의 연대를 모색하는 구상을 내놓았다. 그러나 대구경북(TK) 출신인 김중권(金重權) 비서실장이 부산경남(PK)이 아닌 대구경북 중심의 연대를 모색하는 ‘동진(東進)정책’을 추진했고 DJ가 이에 손을 들어주면서 추진력이 약화됐다. 당시 문 수석비서관은 한나라당 내 민주계의 ‘반 이회창’ 정서를 감지하고 민주계의 한나라당 집단 탈당까지 물밑 추진했으나 상도동계 수장인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과 DJ간의 관계까지 악화돼 결국 무산됐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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