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너무 일찍 '뒷방 영감'이 되서…"

  • 입력 2004년 5월 28일 17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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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벗을 각오로 임한 어려운 수사를 하고 승진까지 했으니 잘 된 것 아닌가. 그런데 너무 일찍 뒷방 영감이 돼서…".

이번 검찰 고위 인사에서 승진해 부산고검장으로 자리를 옮긴 안대희(安大熙·49)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승진이지만 수사 일선에서 완전히 떠나게 됐다. 그는 '수사검사 27년'을 마감하는 것이 자못 섭섭한 듯 했다.

안 부장은 대선자금 수사를 하면서 인터넷 팬 사이트가 만들어지는 등 국민들의 호응을 받았다. 그러나 정치권은 여권을 중심으로 그의 서울중앙지검장행을 껄끄러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부장은 법무부 차관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으나 고검장으로 승진해 고향인 부산으로 가게 됐다.

안 부장은 부산행에 대해 "햇반(즉석밥) 값이 많이 들 거야. 얼굴이 많이 알려져서 식당에서 밥을 사 먹기 어렵잖아"라며 웃었다.

그는 "초등학교 동창생 몇 명이 있긴 하지만 워낙 처음 만나는 사람과는 얘기를 하는 스타일이 못 돼서…수사한 사람 상당수가 부산 출신 인사이니 그쪽도 껄끄럽겠지"라고 했다. 그는 또 자신의 검사 인생 최대의 '작품'인 대선자금 수사에 대해 '업보'라고 표현했다. 현역의원 23명 등 정치인 40여명을 기소한 대선자금 수사가 검사로서 영광이기도 하지만 마음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양이었다. 대검의 한 검사는 "거물급을 많이 잡아 넣은 뒤 일선을 떠나면 국민의 환호도 사라지고 남는 것은 고독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는 기존의 공안통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공안의 최고 사령탑인 홍경식(洪景植) 대검 공안부장이 의정부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박만(朴滿) 서울중앙지검 1차장도 승진에서 누락됐다.

반면 새로 공안 책임자가 된 강충식(姜忠植) 신임 대검 공안부장은 공안 경력이 거의 없다. 공안검사들은 노무현 정부의 '공안 개념의 변화'로 받아들이면서 술렁이고 있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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