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改閣說 혼선 빨리 정리하라

  • 입력 2004년 5월 23일 18시 44분


개각설로 공무원사회가 뒤숭숭하다.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는 부처에선 아예 일손을 놓고 있다고 한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총선이 끝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관심은 온통 개각에 쏠려 있다. 먹고사는 문제는 또 뒷전이다. 여권이 자초한 면이 크다.

총선 직후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의 몇몇 인사에게 입각을 권유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 것이 발단이다. 권유를 받았다는 측에서는 공공연히 희망 부처를 얘기하고, 급기야는 특정 부처를 놓고 서로 “내가 맡아야 격이 맞는다”며 갈등하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장관 자리를 ‘총선 전리품’쯤으로 여기지 않는 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노 대통령은 동요를 막기 위해 이르면 이번 주 개각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고건 총리로부터 개각에 필요한 임명제청권 행사 확답을 못 듣고 있다. 고 총리는 이미 사의를 밝혔기 때문에 새 총리가 제청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생각을 굽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고 총리가 해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사의를 표명했어도 총리직에 있는 한 대통령이 제청권 행사를 요청하면 받아들이는 것이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 보좌 임무’에 맞는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새 각료에 대한 임명제청권은 새 총리가 행사하는 것이 헌법정신에 더 부합된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어떤 경우든 혼선을 빨리 정리해야 한다. 고 총리가 끝까지 거부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회에서 새 총리 인준을 받은 후 개각을 하겠다든지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자꾸 미적거리는 것처럼 보이니까, 편법이지만 경제부총리로 하여금 제청권을 행사토록 하자는 얘기까지 나오는 것 아닌가. 혼선을 자초해 놓고선 결단까지 미룬다면 국정만 헝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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