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국정代行 감사” 高 “큰강 건너셨다”

  • 입력 2004년 5월 14일 22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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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고건(高建) 국무총리가 14일 밝힌 용퇴 의사를 한 차례 만류한 뒤 이를 받아들였다.

고 총리는 이날 저녁 청와대를 방문해 노 대통령과 1시간반 동안 만찬을 함께하면서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의 방한 및 현 경제상황을 보고했다. 고 총리가 노 대통령을 만난 것은 지난달 1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저녁을 함께한 후 한 달여 만이다.

고 총리는 먼저 “얼마나 마음고생이 크고 답답하셨습니까”라며 노 대통령을 위로했다. 노 대통령은 “총리께서 너무 큰 책임을 지셨던 것 같다. 훌륭히 국정을 운영해 주셔서 고맙다”고 화답했다.

오후 8시경 식사를 마무리할 즈음 고 총리는 사퇴의사를 꺼냈다. 그는 “1년3개월 동안 열심히 했지만 별 도움을 못 드렸다. 1기 내각의 총리로서 4·15총선 이후 17대 국회 개원(30일) 이전을 물러날 시점으로 생각했다”며 “이제 졸업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잘해 오셨는데 계속 하시는 게 맞지 않겠느냐”며 만류의사를 밝혔지만 고 총리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대통령께서 큰 강을 건넜으니 말을 바꾸는 것이 순리”라며 “대통령이 국정 운영의 틀을 새로 짤 수 있는 시기에 졸업시켜 달라”고 했다. 노 대통령은 이에 동감하면서 고 총리에 대해 아쉬움과 고마움을 함께 표했다고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한편 63일간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맡았던 고 총리는 이날 평상시와 다름없는 하루를 보냈다. 오전 8시20분 정부중앙청사로 출근한 뒤 일일회의를 갖고 20분간 평상 업무를 하나하나 점검했다.

고 총리는 이날 집무실에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사건에 대한 최종선고 과정을 TV로 지켜봤고, 오후에는 공식일정을 잡지 않고 노 대통령에게 보고할 자료를 정리했다.

그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퇴임 후 구상과 관련해 “(대통령 권한대행과 총리직의 겸무로 몸이 고달프다는 뜻으로) ‘고난 대행’에서 물러나면 공부를 좀 해야겠다”고 생각을 밝혔다. 그러나 일부에선 고 총리가 퇴임 후 시민단체의 지도자로 ‘행정 경험’을 활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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